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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차리 추천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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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변했다 - 이승우『지상의 노래』 『생의 이면』, 내가 이 책을 읽기는 했었나 싶을 정도로 내용이 가물가물하다. 하지만 읽었다고 단언하는 이유는 단, 하나! 그 감동을 기억하기 때문이다. (궤변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내용은 기억하지 못하고 껍데기만 붙잡고 있는 꼴이니;;) 책을 읽는 동안 무언가 콕콕 찌르는 것 같아 창피했고, ‘생’에 대해 배우는 것 같아 고맙기도 했다. 그 강렬한 기억은 ‘이승우’라는 석 자를 기억하게 만들었다. 그래서였을 거다. 이동진 기자가 이승우 작가의 광팬임을 자청했을 때 동질감을 느꼈던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젠가부터 사는 게 바쁘다는 이유로 소설을 멀리 했고, 진지한 사유 속으로 빠져드는 것을 위험하다 생각해 가벼운(혹은 실용적인) 책을 골라 읽곤 했다. 그렇게 시간은 흘렀다. 취업 때문에 고민하고, 상..
패턴대로 살지 않기 - 은희경『태연한 인생』 은희경 작가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정작 읽은 책이 별로 없다. 『새의 선물』과 『타인에게 말 걸기』 말고는. (이조차 가물가물;;) 언젠가부터 여성 소설가들이 들려주는 이야기가 재미없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리하여, 그 유명한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도 같은 심보로 외면하고 있는 중이었다. 은희경 작가의 『태연한 인생』을 읽게 된 것은 아이폰의 팟캐스트 때문이다. 사실, 나는 팟캐스트에 푹 빠져있다. 처음에는 으로 시작했다가 지금은 을 번갈아가며 듣고 있다. 책 자체에 차분하게 몰입하고 싶을 때는 '책간'을, 낄낄대며 책을 둘러싼 이야기에 빠지고 싶을 때는 '빨책'을 듣고 있다. 길을 오가며, 자전거 정비를 하며, 요리를 하며, 잠들기를 기다리며 듣는 방송이 얼마나 대단하겠어? 생각할 ..
돌아온『나의 삼촌 브루스 리』 천명관 소설가의 ‘고래’를 읽고, 소설이 이래야 한다는 것은 없다고 생각했다. 소설이라면 모름지기 어떠어떠해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이(혹은 책이) 얼마나 많은가. 캐릭터가 살아있어야 하고, 매력적인 플롯을 가져야 하며, 올바른 문장 쓰기가 있다고 하는 등. 하지만, 천명관의 소설은 달랐다. 나는 소설의 법칙을 단숨에 붕괴시킨 ‘고래’의 저력에 반하고 말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설가에게 소설에 대한 이해는 기본이라고 생각한다. 치기 어린 젊은 시절이었다면 ‘그게 무에 중요해?’라며 자유분방 글쓰기에 환호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그런 류의 들뜬 감각은 내 몸을 통과해 사라진 지 오래다. 천명관 씨가 소설의 문법을 이해하지 못했다면, 절대 ‘고래’와 같은 작품을 낳지 못했을 것이다. 그런 믿음과 신뢰로 나는 ..
소설이 이래야 한다는 건 없다, 천명관『고래』 나는 머리가 무거울 때 소설을 읽는다. 소설이 비단 가벼워서가 아니라, 소설을 읽으면 그 징글징글한 무거움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어서다. 스토리란 게 힘이 꽤 세서 지금의 나를 잊게 만들기도 하니까! 다만, 모든 소설이 그런 건 아니다. 해서, 그런 소설을 만나게 되면 나는 어쩔 줄을 모르겠다. 좋아서! 『고래』는 그런 반가운 소설이다. 『고래』에 대한 명성은 익히 들어 알고 있었다. 2000년대 최고의 장편 소설이 뭐냐 물으면 ‘물으나 마나 고래지’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고. 그의 필력에 넋이 나간 사람도 있고, 『고래』 이후로 천명관빠가 되어 그의 지난(혹은 이후의) 소설을 찾아 읽는 사람도 있고, 최고의 소설가로 천명관을 꼽는 사람도 있게 됐다. 뭐, 사실 나도 다르지 않다. 한국소설의 전형적인 패턴에..
피로는 피로로 푼다 - 한병철『피로사회』 예를 들어 보자. 한 남자가 가발공장에서 일하고 있다. 쉬지 않고 돌아가는 기계의 패턴에 맞추려면 자유의지에 의한 그 어떤 행동도 할 수 없다. 가령, 오줌보가 터질 것 같아도 꾹 참고 앉아 손발을 빠르게 놀려야 하는 것. 정해진 시간에만 밥을 먹을 수 있고, 화장실에 갈 수 있다. 커피 한 잔, 담배 한 모금의 여유는 사치일 뿐이다. 지각이나 결근 따위는 용납되지 않는다. 복장 불량, 언행 불손 혹은 반항심 등의 이유로 해고를 당해도 ‘불합리’라는 단어조차 꺼낼 수 없다. 가발공장이라는 세계는 금지, 강제, 규율에 의해 움직인다. 또 다른 남자는 보험회사 영업직 사원으로 일하고 있다. 이 사람은 눈에 보이지 않는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하지만 딱히 어려운 일은 아니다. 사고와 병, 그로 인한 슬픔, 불..
조금만 아파도 병원부터 찾고 본다? 아보 도오루『면역 혁명』 십년 쯤 지났나. 작은어머니께서 암으로 세상을 떠난 게. 그때는 어리기도 했지만, 꽤 공포스러웠던 기억이 난다. 지금은 나을 수 있는 병으로 간주되지만 당시만 해도 불치병이라 했으니- 항상 명랑하고 화려했던 작은어머니는, 병원 침대에 미동도 않은 채 누워 작은아버지께 무엇무엇이 먹고 싶다며 속삭이고 있었다. 집에 가고 싶다는 말과 함께- 그때 나는, 병보다 그 분위기가 더 무서웠던 것 같다. ‘죽음’과 싸우기 보다는 ‘죽음’을 기다리는 부부처럼 보였기 때문이었을까? 속으로 생각했다. 아, 암 같은 것은 내 일생에 절대 없어야 하겠다. 이 사건을 시작으로, 세월이 흐를수록 누가 암에 걸렸다더라, 그 때문에 죽었다더라, 누군 긍정적인 마음 때문인지 수술에 성공했다더라, 하는 이야기가 들려왔다. 그렇게 ‘암’..
‘시간을 거스르는 자’가 되고 싶다면?『명랑인생 건강교본』 마음만은 청춘이라는 말, 많이들 한다. 20대 전후의 생기발랄했던 마음이 이 안에 그대로 있는데~ 이제 세상은 아저씨, 아줌마라 부른다. (흐엉흐엉) 그렇다. 시간을 거꾸로 돌릴 수는 없다. ㅋ 하지만 내 몸 속의 장기들과 외모가 병들고 늙어가는 것을 방치하고 싶지만은 않다는 거! 이 책을 읽으면, 꼭 런닝맨이 아니더라도 시간을 조금이나마 돌릴 수 있다. 건강하게 나이들고 싶다면, 심신을 건강하게 하고 싶다면, 내 이야기 들어 보세욧! 그린비 출판사와 연을 맺으면서(여기서 연이란 게 좀 일방적이긴 하지만, 뭐 팬이니까^^) 동의보감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들녘에서 출판한 그 두꺼운 책을 완독할 힘을 얻은 바 있다. 이후에 가벼운 마음으로 곰샘의 『동의보감, 몸과 우주 그리고 삶의 비전을 찾아서』을 읽었으..
동의보감 쉽게 읽기 『동의보감_몸과 우주 그리고 삶의 비전을 찾아서』 잘 사는 법을 재차 강조하는, 웰빙의 시대가 도래했다. 해서 우리의 생활도 조금씩 변했다. 조금 비싸도 유기농을 선호하고, 건강에 좋은 재료와 요리법으로 식탁을 채운다. 때로는 각종 질병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건강 정보를 찾는 하이에나가 된다. TV, 인터넷 등 접근성 좋은 매체만 있다면 정보 입수는 식은 죽 먹기다. 세상에는 이러저런 병이 있으며, 이런 병에 걸리지 않으려면 저런 음식을 미리 섭취해두면 좋고, 험한 병에 걸리지 않으려면 매년 건강검진을 하라고 강조한다. 가만히 듣다 보니 앞이 깜깜해진다. 내가 걸릴 수 있는 병은 수백 가지가 넘고, 이런 병들로부터 나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즉, 암 혹은 당뇨 혹은 관절염 등등에 좋은 수많은 음식을 챙겨 먹어야 하며, 이런 병에 걸렸나 저런 병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