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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왜 청춘이 아니란 말인가』 삽질 가능한 세상을 바란다 우리는 ‘삽질했다’는 표현을 곧잘 쓴다. 아무 이익도 보람도 없는 일을 했을 때 우스개 소리로 넘겨버리는 표현 방식이다. 농담거리로 치부되어야 마땅한 ‘삽질’은 말 그대로 참, 하찮아진다. 아무리 열정을 다했다고 해도 쓸모가 없으니 항변하기도 마땅찮다. 그렇다면, 우리는 당장 삽질을 멈추어야 하는 것일까? 이 책은 연세대 원주 캠퍼스와 덕성여대에서 에 관한 강의를 하며 만난 학생들과의 이야기를 쓴 책이다. 엄밀히 말하면, 사회가 20대를 오해하고 있음을, 보수와 진보를 떠나 기성세대가 말하는 20대는 가짜라는 것을 증명해 보인다고 할 수 있겠다. 20대가 혁명에 냉소적이라고? 20대, 특히 대학생은 가장 혁명적일 것 같았다. ‘젊음’ 그 자체로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다고 어른들은 막연히 생각하기 때문이다.. 2011. 2. 23.
『88만원 세대』 스크루지의 기적을 바라며 소문난 구두쇠인 스크루지는 ‘돈’ 이외의 것과는 담을 쌓고 산다. 가난한 이들에게 돈을 빌려주고 높은 이자를 받으며 폭리를 취해 돈을 버는 스크루지는 악명 높은 고리대금 업자이다. 그리고 하나 있는 직원 크래칫을 쩨쩨한 주급에 일을 부려먹는 인색한 고용주이다. ‘돈’에 미친 스크루지에게 크리스마스 따위는 시시하기만 하다. 크리스마스라고 떠들썩하게 구는 사람들 때문에 짜증만 난다. 하지만, 오랜 친구 말리의 유령과 자신의 과거, 현재, 미래를 보여주는 유령을 만나면서 그는 새사람이 된다. 크래칫의 주급을 올려주고, 가난한 사람들의 빚을 탕감하여 그들이 빚 갚는 일 말고 새로운 인생을 시작할 수 있도록 돕게 되는 것이다. 우리 현실에서는 왜, 이런 달콤한 꿈이 실현되지 않는 걸까? 고용주가 양심적으로 월급을.. 2011. 1. 5.
『동물농장』촛불을 지지하는 조지오웰 “착취 계급을 제거함으로써 평등을 실현한다. 노동자가 주체가 된다. 생산 수단을 공유한다. 상속제를 폐지한다. 중앙 기획 경제를 지향한다.” 상류층이 아니라면, 노동자로 고단하게 사는 사람이라면, 끌릴만한 이야기 아닌가. 이는 역사상 최초로 일어났던 사회주의 혁명인 소련 소비에트 혁명이 내세운 기치들이다. 기세 좋게 시작됐던 그 혁명도 독재와 부패로 산산조각나고 말았지만 말이다. 그 결과 우리는 ‘사회주의 국가 = 비현실적이고 가난한 나라’로 인식하며 어느 정도는 냉소를 품게 된 것도 사실이다. 이런 소비에트 혁명 과정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것이 바로 이다. 스탈린은 나폴레옹, 돼지들은 볼셰비키, 개들은 비밀경찰, 동물 반란은 러시아 혁명, 동물재판은 모스크바 재판, 복서-클로버-벤자민은 프롤레타리아 등을.. 2010. 12. 26.
『나는 왜 쓰는가』 조지 오웰 같은 작가가 되는 법 조지 오웰의 명성은 자자하여, 그를 모른 채 성장할 수 없었다. 그 분위기에 편승하듯 와 을 책꽂이에 꽂아두기는 했으나, 손이 가지는 않았다. 전체주의, 세계대전, 파시즘, 민주주의, 식민지 등 무시무시한 단어가 동시다발적으로 떠오르게 만드는 작가였으니 말이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1Q84가 발간되자, 그때서야 1984를 읽었다. 왠지 먼저 읽어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충.격.이었다. 세상에는 모종의 법칙이 존재하는데, 그것은 우리를 감시하고, 우리를 수월하게 지배하기 위해 사실을 왜곡하는 수단이었다는 것. 1984에 나오는 현실처럼 극단적이지는 않아도, 분명 이 현실에도 작용하고 있을 거라는 예감은 좀처럼 사라지지 않았었다. 조지 오웰의 를 읽고서야, 나 은 그의 방대한 글 중 일부라는 것을 알게.. 2010. 12. 22.
[길 단상] 자전거 길 따라 제주 한 바퀴 자전거는 차도와 인도 사이에서 방황하기 마련이다. 본래 차도에서 타는 것이 원칙이라고 하지만 자동차는 상대적으로 느린 자전거를 동급으로 쳐주지 않으며 간혹 울화 섞인 경적을 울리기도 한다. 그걸 들으며 스트레스를 받느니 사람들 사이에 섞이겠다며 인도로 옮겨가는 자전거는 생각보다 많다. 그나마 사람들은 너그럽다. 인도에서 자전거 때문에 경로가 흐트러지거나 놀랄 일이 있음직도 한데, 순순히 길을 내준다. 자연에 가까운 것일수록 순하고, 덜 폭력적이다. ‘보행자로의 나’와 ‘라이더로의 나’에도 차이가 있다. 라이더로 길을 갈 때 더 폭력적이다. 성격이 급해지고 예민해지니 운전자를 탓할 것만도 못된다. 방법은 스스로 속도를 제어하는 방법을 찾는 것 뿐. 복잡한 도시에서 자전거를 타는 것은 소음과 속도와의 싸움에.. 2010. 12. 19.
[브롬톤 제주도 일주] 4일차 ; 바람과 함께 페달링 성산 일출봉이 눈앞에 보이는 따뜻한 펜션(해 뜨는 집)에서 하루를 보내니 기분까지 좋았다. 전날, 슈퍼에서 하얀 소주와 과자들을 좀 사가지고 오는데, 주인 아주머니가 귤 몇 개를 넣어주신다. 너무 맛있어서 혼자 먹기 아까우시다고. ㅋㅋ 정말 맛있었다. 어쨌든 좋은 기억을 가진 성산항을 출발했다. 출발할 때는 바람이 잔잔해서 해안도로를 따라 쭉 달렸다. 성산으로부터 시작되는 이 길은 관광지로 크게 유명한 곳이 없어 좀 쓸쓸하기는 한데, 꾸미지 않은 자연적인 모습이 좋다. 취향의 문제일 수도 있겠고. 마지막 날이기도 한 만큼 쉬엄쉬엄 즐기며 가기로 한다. 조금 더 달리자 바람도 세지고 빗방울도 간혹 떨어진다. 바람이 세게 불 때는 내리막이 평지가 되어 페달을 굴려야 하고, 평지는 오르막이 되어 페달을 더 세.. 2010. 12. 18.
[브롬톤 제주도 일주] 3일차 ; 못 버티고 버스 점프 아침에 일어났더니 눈이 곱게 쌓여 있었다. 눈 때문에 기온이 오른 듯했으나 눈이 그칠 것 같지는 않았다. 제주도의 첫눈(한라산 제외)이라고 하는데, 왜 하필 이때에 --; 그래도 우선 출발하고 봐야지. 출발은 했으나 눈이 얼굴을 때려 도저히 달릴 수가 없었다. 급한대로 편의점에 들어가 라면을 먹으며 눈이 그치기를 기다리기로 했다. 안에서 사람들 이야기를 들어보니, 오늘 내내 날씨가 이럴 것 같다고 한다. 서귀포에서 오신 분은 그곳은 햇빛이 쨍쨍한데, 이곳은 왜러냐면 툴툴대신다. 아, 우린 어떻겠느냐고- 눈이 그친 듯해서 달리다보면 또 눈이 온다. 위험해서라도 라이딩을 포기해야 할 것 같았다. 어쩔 수 없이 점프를 선택했다. 그래도 명색이 자전거 일주인데 싶어서 최대한 짧은 거리를 이동하기로 했다. 그래서.. 2010. 12. 18.
[브롬톤 제주도 일주] 2일차 ; 오랜만에 장거리 라이딩 이튿날, 펜션을 나서는데 아주머니가 "생각보다 날씨가 좋네요. 다행이에요."라고 하신다. 일기예보 보고 걱정이 태산이었는데 그 말을 들으니 급화색이 돈다. 제주도 날씨가 변화무쌍하다는 것은 익히 아는 바, 일단 떠나고 보는 것이다. 이 날도 역시 일주도로와 해안도로를 넘나들며 달리기로 했다. 바람이 셀 때는 해안가는 피하는 게 상책! ㅋ 일주도로는 생각보다 자전거 도로 정비가 잘 되어 있었다. 자전거로 달리기에 열악한 곳은 계속해서 정비하는 듯했다. 달리는 중에 공사 현장을 자주 목격할 수 있었다. 차도를 줄여 자전거 길을 확장하는 건 좋은데, 농사지을 땅을 파헤치는 걸 보면 답답한 마음이 들었다. 도로를 정비하는 데 있어, 전문적인 지식이 없는 개인이 알 수 없는 '계획'이 있을테니 감나라 배나라 할 .. 2010. 12. 18.
[브롬톤 제주도 일주] 1일차 ; 바람에 대고 페달링 출발은 12시 50븐 예정이지만, 노파심에 11시도 되기 전에 공항에 도착해 자전거 꽁꽁 싸매고 놀았다. 2시간 정도의 공백이었는데, 그나마도 피곤한 느낌. 역시 하는 일 없이 논다는 건 소모전이다. ^^; 브롬톤은 작게 접히는 자전거라 따로 박스 포장을 하지 않고 에어캡을 최대한 활용하여 마빅 가방에 넣었다. 공기압 때문에 튜브의 바람을 빼야 한다는 이야기도 많이 들었는데, 그냥 넣었다. 터지지 않고 무사히 운송되었다. ㅋ 제주 공항에 도착하니 2시가 되어간다. 겨울 라이딩의 단점은 적어도 6시가 되기 전에 끝내야 한다는 거다. 해가 금방 지기 때문에 라이트만 믿고 있다가는 길을 잃기 십상이다. 게다가 인적이 드문 곳은 사방이 새까맣다는. ㅋ 부지런히 달리기 시작했다. 제주는 시계 반대방향으로 도는 것.. 2010. 12.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