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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다이어리/제주도 자전거 여행

[브롬톤 제주도 일주] 2일차 ; 오랜만에 장거리 라이딩

by Dreambike 2010. 12. 18.

이튿날, 펜션을 나서는데 아주머니가 "생각보다 날씨가 좋네요. 다행이에요."라고 하신다. 일기예보 보고 걱정이 태산이었는데 그 말을 들으니 급화색이 돈다. 제주도 날씨가 변화무쌍하다는 것은 익히 아는 바, 일단 떠나고 보는 것이다.

 


이 날도 역시 일주도로와 해안도로를 넘나들며 달리기로 했다. 바람이 셀 때는 해안가는 피하는 게 상책! ㅋ 일주도로는 생각보다 자전거 도로 정비가 잘 되어 있었다. 자전거로 달리기에 열악한 곳은 계속해서 정비하는 듯했다. 달리는 중에 공사 현장을 자주 목격할 수 있었다. 차도를 줄여 자전거 길을 확장하는 건 좋은데, 농사지을 땅을 파헤치는 걸 보면 답답한 마음이 들었다. 도로를 정비하는 데 있어, 전문적인 지식이 없는 개인이 알 수 없는 '계획'이 있을테니 감나라 배나라 할 수는 없지만 가능하면 자연 환경을 유지하는 쪽에서 정비했으면 좋겠다.

 


요즘, 사람이 가장 없는 때라고 한다. 크리스마스 시즌이 되면 성수기로 북적북적된다고- 그래서인지 도로에 사람도 차도 구경하기 힘들다. 자전거 여행자로 보이는 남자 두 명을 본 게 전부다. 모두 혼자 여행중. 겨울에는 혼자 여행하는 사람이 생각보다 많은 것 같다. 이 날 게스트 하우스에서 보냈는데, 그곳에도 혼자 여행하는 두 여자를 만났다. 저녁 식사 후에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눴는데, 거기서 얻는 정보도 쏠쏠했다. 그들은 모두 무계획으로 제주도에 왔는데, 게스트 하우스에서 만난 사람들에게 얻는 정보로 계획을 잡는 듯했다.

 


모르는 길이 나오면 지도를 보고, 바다가 나오면 들뜬 듯 뛰어도 보고~ 그렇게 달리고, 또 달렸다.

 


한창 신나게 달리는데, 어느 순간부터 힘든 것 같다. 바퀴에서 소리도 나는 것 같고! 멈춰섰더니 펑크다. 어쩐지 오르막길 느낌이라더니- 사방이 뻥 뚫린 도로 한 가운데에서 바람을 맞으며 펑크 수리를 했다. 자전거도 얼어붙었는지 타이어 분리하는데 힘이 좀 들었지만 무사히 완료! ㅋ큰 일을 치뤘더니, 급 배가 고프다. 마침 1박 2일이 왔다갔다는 이정표가 있어 찾아갔더니 <금일 휴업>이라는 딱지가! 헉- 바로 옆집에 입 안의 행복이라는 식당이 있어 들어갔다. 먹고 싶었던 보말 칼국수에 꽂혔기 때문- ㅋ 정말정말정말 맛있었다. 춥고 허기져서가 아니라, 맛이 정말 좋았다. 입 안이 정말 행복해지는 느낌!

 


월드컵 경기장까지 갔더니, 조금 어두워지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도 기념 촬영한 후 고고고~ 이 날은 예상 외로 달리기에 좋았다. 어제의 바람과 비교하면 견딜만한 바람이 불어왔고, 간혹 태양도 나타났다 사라졌다.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약 70km를 달렸다. 오랜만에 장거리 라이딩이 아닐 수 없다. 언빌리버블~ ㅋ

아, 제주도는 시내에서도 차들이 경적을 잘 울리지 않는다. 서울 시내 같았으면 귀가 따가웠을텐데, 제주도는 가능하면 비켜주고 천천히 가주는 미덕이 있었다. 간혹 아닌 차들도 있지만~

정말 피곤한 하루를 보냈음에도 잠을 푹 잘 수 없었다. 게스트 하우스는 11시면 취침에 들어야 하고, 객실 내에서 음식물을 섭취할 수 없다고 한다. 규율 같은 것에 알러지가 있는 성격이라, 그 불편함이 불면으로 이어진 듯하다. 후훗- 어쨌든 날은 흐렸지만, 페달질을 실컷 할 수 있어 좋았던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