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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다이어리/제주도 자전거 여행

[브롬톤 제주도 일주] 3일차 ; 못 버티고 버스 점프

by Dreambike 2010. 12. 18.
아침에 일어났더니 눈이 곱게 쌓여 있었다. 눈 때문에 기온이 오른 듯했으나 눈이 그칠 것 같지는 않았다. 제주도의 첫눈(한라산 제외)이라고 하는데, 왜 하필 이때에 --; 그래도 우선 출발하고 봐야지. 출발은 했으나 눈이 얼굴을 때려 도저히 달릴 수가 없었다. 급한대로 편의점에 들어가 라면을 먹으며 눈이 그치기를 기다리기로 했다. 안에서 사람들 이야기를 들어보니, 오늘 내내 날씨가 이럴 것 같다고 한다. 서귀포에서 오신 분은 그곳은 햇빛이 쨍쨍한데, 이곳은 왜러냐면 툴툴대신다. 아, 우린 어떻겠느냐고- 

 


눈이 그친 듯해서 달리다보면 또 눈이 온다. 위험해서라도 라이딩을 포기해야 할 것 같았다. 어쩔 수 없이 점프를 선택했다. 그래도 명색이 자전거 일주인데 싶어서 최대한 짧은 거리를 이동하기로 했다. 그래서 선택한 것은 김영갑 갤러리였다. 춥기도 하고, 어디 들어갈 곳도 마땅치 않았기 때문이었다. 이번 여행에서 관광은 애초에 계획에 없었으나, 이왕 이렇게 된 거 관심이 있었던 것을 해보기로 했다.

 
 

김영갑 갤러리는 버스 정류장에서 꽤 멀리 떨어져 있었다. 우린 자전거가 있어 쉽게 갈 수 있었지만, 도보로는 꽤 걸릴 듯- 도착해서 놀란 것은 정원이 꽤 크다는 거였다. 상업적으로 이용되고 있는 곳은 분명하지만, 제주를 찍다가 세상을 떠난 선생님의 정신 같은 것을 살리기 위해 노력한 흔적이 보였다. 사진으로 보는 김영갑 선생님은 꽤, 멋지다. 방랑기가 가득-  

 


 


갤러리에서 사진과 글을 보며 제주를 조금이나마 이해하게 된 것 같았다. 사진 속 제주는 '시간을 걸어야 찍을 수 있는' 작품이었다. 오래 공들이지 않고서는 만날 수 없는 순간을 찍어냈고, 우리는 그 순간을 쉽게 볼 수 있었다. 그리고 글을 통해서 제주의 '바람'을 이해하게 됐다. 선생님은 '바람을 이해하지 못하면 제주도에서 살 수 없다'고 하셨다. 바람은 때로 낭만적이지만, 때때로 생활을 위협하기도 한다. 섬을 떠나지 못하게 하고, 사람을 다치게도 한다. 그러니, 그 자연을 이해하지 못하면 제주에서 어찌 살겠느냐는 것이었다. 바람을 적으로 생각하며 달렸던 지난 이틀이 생각났다. 생각을 바꿀 필요가 있었다.

 


갤러리에서 나왔는데, 여전히 눈이 내리고 있어 또 한 번의 점프를 감행했다. 성산으로 점프! 일출봉에 올라가려고 했으나 자전거를 보관할 곳이 마땅치 않아, 직원들에게 물어보았으나 친절하게 대응해주지는 않았다. 마음이 좀 상해 '관둬!'하며 성산항으로 출발해 우도로 갔다. 라이딩이라도 해야 몸이 뜨끈해지는데, 계속해서 교통수단에 의지에 이동만 했더니 몸이 얼어가는 듯했다. 해서 선택한 것은 바로 짬뽕밥! 박해일 방문 이후 꽤 유명해진 식당인 듯했다. 맛도 따봉! 뜨끈한 기운을 엔진 삼아 우도를 돌았다.



바람이 잠시 멈춘 우도의 고요한 해변이다. 아.름.다.워.라. ^^



성산항으로 돌아오는 길, 어제의 불면과 오늘의 추위가 졸음으로 이어진 모양이다. 꾸벅꾸벅! ㅋㅋ 근처에서 숙소를 잡아 마지막 밤을 보냈다. 내일은 제발, 자전거라도 탈 수 있게 해주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