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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산 일출봉이 눈앞에 보이는 따뜻한 펜션(해 뜨는 집)에서 하루를 보내니 기분까지 좋았다. 전날, 슈퍼에서 하얀 소주와 과자들을 좀 사가지고 오는데, 주인 아주머니가 귤 몇 개를 넣어주신다. 너무 맛있어서 혼자 먹기 아까우시다고. ㅋㅋ 정말 맛있었다. 어쨌든 좋은 기억을 가진 성산항을 출발했다.

출발할 때는 바람이 잔잔해서 해안도로를 따라 쭉 달렸다. 성산으로부터 시작되는 이 길은 관광지로 크게 유명한 곳이 없어 좀 쓸쓸하기는 한데, 꾸미지 않은 자연적인 모습이 좋다. 취향의 문제일 수도 있겠고. 마지막 날이기도 한 만큼 쉬엄쉬엄 즐기며 가기로 한다.

 
 

조금 더 달리자 바람도 세지고 빗방울도 간혹 떨어진다. 바람이 세게 불 때는 내리막이 평지가 되어 페달을 굴려야 하고, 평지는 오르막이 되어 페달을 더 세게 굴려야 한다. 그래도 전만큼 바람이 야속하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바람이 불어 밀치면 밀치는 대로 리듬을 타며 달리기로 한 것. 그랬더니 라이딩이 훨씬 편해졌다.

 

한참을 달리다보니 또 배가 고프다. 배가 금방금방 꺼진다. ㅋ 아무 식당이나 걸려라하고 눈에 불을 켜도 보이는 게 없다. 결국 아쉬운대로 길에서 귤을 까먹고, 그 힘으로 조금 더 달렸다. 가게가 나와 과자라도 사먹을까 하다가 조금 더 달리니 나온 해녀촌. 이곳의 회국수와 성게국수가 유명하다는 것을 들은 적이 있어 더 반가웠다. 주저없이 들어가 먹었는데, 그 맛은 정말 언빌리버블~ 지금도 침이 꼴딱꼴딱 넘어간다. 제주에 가면 꼭 먹어보라고 추천하고 싶은 메뉴다.

 

바람이 거세지고, 해안도로 뚝 끊겨 일주도로로 나와 제주공항까지 내리 달렸다. 중간에 덕인당에 들려 보리빵을 좀 사왔다. 그런데, 바로 앞에 신촌쑥빵이 있었다. 쑥빵으로 유명해 서울에서 주문해 먹고 있는 집! 반가웠다. 집에 신촌쑥빵이 있는 관계로 구매는 패스~



제주 공항 도착! 다리가 후덜덜~ 날씨가 좋지 않다고 궁시렁대기는 했지만, 변화무쌍한 날씨 덕에 추억들도 다이내믹한 듯하다. 여행자로 사는 삶은 어떨까 싶은 생각까지 하게 된 여행이었다. 어떤 측면에서, 이번 여행은 가난한 여행이었다. 비싼 호텔을 찾아다닌 것도 아니고, 비싼 회나 고기로 배를 불리지도 못했다. 하지만, 페달을 돌리며 제주를 더욱 자세하게 들여다볼 수 있었고, 제주를 다 돌고나니 그 증명으로 다리가 뻐근했다. 이런 여행이야말로 제대로 된 여행이 아닐까 싶다. 이런 여행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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