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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다이어리

페달로 오르는 남산 ; 브롬톤 업힐기

by Dreambike 2010. 11. 3.

어릴 때부터 남산을 좋아해서, 간혹 놀러가곤 한다. 올라가는 방법은 가지가지! 명동역에서 숭의여자대학교 방면으로 올라가 케이블카를 타거나, 충무로에서 버스를 타거나, 걸어올라가거나. 컨디션에 따라 선택하면 그만이다. 가끔 자전거 타고 오르는 사람들은 보곤 했는데, 보기만 해도 숨이 턱턱 막히곤 했다. 그랬던 내가, 로드도, MTB도, 스프린트도 아닌 브롬톤으로 남산 업힐을 결심했다는 것! 브롬톤 카페에서 금남톤(금요일엔 남산을 브롬톤으로 오르자)이라는 것을 운용하는데, 이걸 자꾸 들여다보니까 마음이 들썩들썩거려서 실행에 옮겨버렸다. ^^   

브롬톤의 장점은 점프(대중교통 연계해 효율적으로 움직이는 것을 의미함)가 용이하다는 거다. 지하철 끝쪽으로 가면 자전거를 거치할 수 있도록 되어있어 벨트로 고정시켜 놓으면 이동하는 동안 크게 신경쓰지 않아도 된다. 그렇게 지하철을 타고 가다가 동대입구역에서 하차한다. 

 

이제부터 시작이다. 심호흡 좀 하고! 해오름 국립극장 방면으로 올라간다. 대개 금남톤은 국립극장에서 모이곤 하더라. 여기 오르는데 벌써 체력이 달리더라는. ㅋ 생수 살 곳을 발견하지 못해 국립극장 안쪽으로 들어가 자판기에서 천원 주고 뽑았다. 분명 아깝다. 미리미리 준비들 하시길~ 

   


걸어도 쉽지 않을 길을 자전거로 오르다보니 엔진의 차이가 바로 나타난다. 누구는 쉬고, 누구는 오르고! 기를 쓰고 오르다보면 쉬어가라는 듯이 쉼터가 나온다. 햇빛과 바람 맞으면 포즈를 취해보는 센스! ㅋ

    

올라가는 동안 계속해서 끌바의 유혹에 시달린다. 씽씽 소리가 나서 쳐다보면 로드에 추월당하고, MTB에 추월당하고, 조그만 브롬톤은 계속해서 뒤쳐지기만 한다는- ㅋ 그래도 발을 내려놓지 않는 오기를 발동해 끝까지 올라가본다. 아, 이제 고지가 보인다. 깔딱고개라 불리는 가파른 언덕이 나타났다. 이곳은 버스 정류장과 인접해있어 사람이 많아 끌바로 가는 것이 맞다고 한다. 아, 핑계김(^^)에 자전거에서 내린다.

    


팔각정에 올라 사진 찍으며 놀았다. 브롬톤을 트로피라 생각하고 높이 쳐들어 보기도 하고! ㅋ 지나가는 사람들이 한마디씩 한다. "저게 자전거야?", "신기하기도 하지." 등등. 브롬톤은 사람들의 시선을 끄는 재주가 있다는. 때마침 영국 사람이 다가와 영국에서 만든 브롬톤이라며 대화를 원했지만, 대화를 할 정도의 수준은 아니어서 오케이만 연발했더니, 구경하다가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더니 돌아갔다. 이제 내려가는 일만 남았다. 힘들여 올라온 것이 무색해지리만큼 짧은 시간, 10분도 안 걸린다;; 속도를 줄이는 것과 역주행하지 않도록 길을 잘 찾아 내려가는 것이 중요하다.

 

 

기온이 갑자기 떨어져 추울 거라는 예보에 겁을 잔뜩 먹었었는데, 가을을 느낄 수 있는 청명한 날씨였다. 저 알록달록한 배경을 보면 알 수 있듯이, 남산의 가을은 절정을 이루고 있는 듯했다. 자전거와 함께여서인지 추운 것도 잘 모르겠고! 내려오는 길에 홀쭉해진 배를 채우기 위해 미나미야마라는 곳에서 왕돈까스를 먹었다. 원조 돈까스집에 대한 평이 썩 좋지 않아 검색으로 찾아낸 곳! 그 큰 돈까스를 스피디하게 먹어치웠다.  브롬톤과 함께한 남산 업힐의 추억이 오랫동안 명랑한 기운을 전해줄 것 같다.


[브롬톤 남산 업힐을 위한 팁]

▮ 준비물 : 브롬톤, 헬멧, 장갑, 여분의 옷(기온차 대비용), 물, 간식(바나나, 초코바 등)
▮ 경로 : 동대입구 → 해오름극장 → 팔각정 휴게소 →  팔각정 → 시립도서관 → 숭의여자대학교  
▮ 사전 정비 : 공기압 체크, 브레이크와 변속 체크
▮ 업힐을 위한 튜닝 : 44T 체인링 교체, 짐받이와 흙받이 제거, 매끈한 도로용 타이어로 교체 (몸을 바꾸는 게 제일^^)
▮ 주의사항 : 역주행 금지, 다운힐시 과속방지턱 주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