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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다이어리

아이폰 4와 갤럭시 S에 열광하는 이유

by Dreambike 2010. 6. 24.

집에 있는 전화기 이외의 소통 수단으로 떠올랐던 호출기(일명 삐삐)! 당시 화제 만발이었는데. ^^
어느새 자취를 감추고, 시티폰을 거쳐 핸드폰이라는 녀석이 일상화되었다. 핸드폰이 필수품으로 자리잡으면서 핸드폰이 없으면 미개인 취급을 받기도 하고, 한 모델을 이삼 년 넘게 쓰면 기계치 혹은 슬로 어댑터라며 비하하기도 하는 웃지 못할 진풍경이 펼쳐지기도 한다. 구두쇠스러운 행동양식을 미덕으로 쳐줬던 시절도 있었는데 말이다. ㅋ

           <우리 결혼했어요>에서 서인영은 자신의 컨셉에 맞게 신상품을 진열할 채 가상 웨딩촬영을 하고 있다 

사람들은 왜 신상에 열광할까? 가수 서인영은 모 프로그램에서 신상에 열광하는 캐릭터로 자리잡아 인지도가 높아졌고, 그것을 발판삼아 같은 주제로 책을 출판하기도 했다. 신상에 집착하는 사람을 일컬어 된장녀라 부르며 비난하기도 했었는데, 이젠 고유의 성격인 듯 자연스럽게 이해하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TV의 힘인가, PD의 힘인가, 서인영의 힘인가. ^^;) 어쨌든 사람들은 지금의 것과 다른 무언가, 그 새로움에서 절대적 ‘미(아름다움)’를 느끼는 것 같다. 이 아름다움의 정체는 무엇일까, 칸트는 무관심이 미와 숭고의 감정을 만들어 낸다고 주장했다. 


      우리가 이런저런 설명을 붙이지 않고 순전히 어떤 대상을 포착할 때 우리 내부에 숭고의 감정을 일깨우는 것은
      그 형식에 있어서는 우리의 판단력에 대해서는 물론 반목적적이며, 우리의 현시 능력에 대해서는 부적합하고,
      상상력에 대해서는 흡사 난폭한 것같이 보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것은 그 때문에 더욱더 숭고하다고 판단되
      는 것이다.                                  

                                                            강신주 <찰힉 vs 철학> 아름다움은 어떻게 느껴지는가 중에서  


즉, 압도적인 광경은 우리로 하여금 일체의 다른 생각이나 관심을 갖는 것을 허락하지 않는다고 보는 것이다. 새로운 명품 가방이나 시계, 혹은 차에 대해서 우리는 압도적 놀라움을 경험한다. 아이폰 4나 갤럭시 S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통화나 사진, 음악 정도를 듣던 것 이외에 더욱 세련된 디자인과 시스템에 압도당한다고 보는 것이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철학자 브르디외가 칸트의 미에 대한 관점에서 산업자본주의 논리를 찾아냈다는 것이다. 우리는 포스트모던 세계에 살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모던을 지향하는 세계에 살고 있다. 새로운 상품도 다른 새로운 상품이 나오는 순간 낡은 것이 될 수밖에 없다. 계속 새로워지지 않는다면 가치를 상실하게 되는 세계에서 새로움에 대한 강박증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이 새로움에 대한 강박증을 바로 칸트의 숭고미와 연결시킨다. 철학자 리오타르는 거대한 암벽이 처음에는 숭고함을 느끼게 하지만, 자주 보게 되면 그 감정을 유지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산업자본이 생산한 새로운 상품의 운명과 구조적으로 같다는 것이다.

                                 '스마트폰이 대세'라는 추세를 만들어낸 주인공 갤럭시 S와 아이폰 4 


요즘 화제가 되고 있는 아이폰 4를 손에 넣었다고 가정해보자. 한 달이 지나고, 두 달이 지나도 여전히 새것처럼 애지중지 관리할까?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사람들의 이런 심리를 잘 아는 영리한 기업들은 신상품을 출시한 직후 아이폰 5를, 업그레이드된 갤럭시를 출시하기 위해 분주하게 보낸다. 새로운 것에 열광하는 소비 심리가 작동하는 한, 이런 일련의 과정은 필연적이라고까지 말할 수 있겠다. 

이제, 생각해 봐야 할 때이다. 얼리어댑터라는 듣기 좋은 말에 현혹되어, 새것을 소유한다는 설레임 때문에, 남들의 속도에 맞추기 위해, 구식이라는 말이 듣기 싫어 나도 모르게 지갑을 열고 있는 것은 아닌지 말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상품을 돈 주고 사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리고 필요한 일이기도 하다. 다만, 내가 지갑을 열 때, 진짜 필요해서 혹은 기다리던 것이어서 그 물건을 집어들고 있는지 돌이켜봐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