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년 만에 브롬톤을 타고 남산에 갔다. 공원 근처에서 단풍과 낙엽을 일상적으로 접하는 편이지만, 그래도 다른 곳에서 가을을 느끼고 싶었던 모양이다. 반복되는 일상에서 지루함이 살짝 느껴진다면 하루쯤 시간을 내는 것, 나쁘지 않다. ^^ 평일이었지만 자전거를 차곡차곡 접어 여행 가방보다 작은 크기로 만들어 지하철을 탄다. 주말에는 자전거 탑승이 가능하지만 평일에는 아무래도 눈치가 보이기 마련이다. 브롬톤과 스트라이다 등은 그런 시선에서 좀 자유롭다는. ^^ 동대입구에서 내려 오르기로 한다. 가장 많이 택하는 경로이기도 하고, 익숙하기도 해서. 오늘도 지블로그와 함께 했다. 참 기묘한 우연이다. 자전거 타고 어디 놀러갈라 치면 우편함에 꽂혀 있는 지블로그. 반가운 마음에 덥썩 집어 가방에 넣고 달린다. 이번..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의 소설을 많이 읽은 것은 아니지만, 그의 소설을 대하면 이게 바르가스 요사의 색깔이구나 싶은 게 있다. 시간과 공간의 개념이 파괴되고, 다수의 화자가 무작위적으로 등장하지만 그 안에서 묘하게 질서를 이루고, 어느 순간 스토리가 딱 잡히는데, 그때 ‘와!’하며 감탄사를 날리게 된다. 이런 것이 소설가의 상상력이구나 싶지만 한국적 소설에 익숙한 나는 때때로 피곤함을 느끼기도 한다. 익숙하지 않은 것과 친해질 때 따라오는 통과의례랄까. 하지만 『나쁜 소녀의 짓궂음』은 달랐다. 기존 소설과 달리 얌전했다. 주인공이자 화자인 ‘착한 소년’이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소설을 주도했으며, 어릴 때부터 차근차근 올라가는 자연스러운 혹은 정상적인(?) 전개를 보였다. 바르가스 요사가 강조하던, 소설적 설..
‘자전거’ 옆에 ‘시마노’를 붙여 놓아도 전혀 어색하지 않다. 이유는 시마노가 빠진 자전거는 왠지 상상이 되지 않기 때문인데, 이는 현실이기도 하다. 이제는 바야흐로 로드바이크, MTB 뿐만 아니라 생활자전거에도 시마노 부품이 장착되는 시대이다. 시마노는 어느덧 자전거 부품의 제왕이 된 것. 지금은 왕 대접 받는 시마노이지만, 한때는 동네 철공소에 불과했다면 믿겠는가. 철공소에서 거대 기업이 되기까지의 노하우가 담긴 『시마노 이야기』속으로 빠져 봅시다! 마케팅 불변의 법칙 ‘실전편’ 마케팅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마케팅의 고전 격인 『마케팅 불변의 법칙』이라는 책에 대해 들어봤을 것이다. 나 역시 그 책을 읽고 감동했던 순간을 잊지 못한다. 진리를 발견한 듯, 세상이 내것 같았던 기분이 들었달까. 그렇..
여행기에도 종류가 있다. 가장 읽기 싫은 여행기는 바로 시간이나 장소의 순서를 지켜 일관성 있게 쓴 것이다. 개인적 취향일 수 있지만 언제 어디에 가서, 무엇을 보았고, 무엇이 유명하다는 책을 대하면 짜증부터 난다. 이런 정보는 인터넷에도 깔려 있다고~ 저자는 몇 월 며칠에 출발해서 어느 지역을 방문하고, 몇 월 며칠에 여행이 끝났다는 사실의 열거를 무의미하게 생각하는 사람이었으므로 우선 합격점이었다. 그렇다면『가보기 전에 죽지 마라』는 어떤 종류의 여행기일까? 이 책은 미려한 문장으로 사람을 감동시키지는 않지만, 다 읽고 나면 가슴을 뻐근하게 하는 무언가가 있다. 그건 아마도 유스케(저자)의 진심 때문일 거다. 그는 본능적으로 여행을 했고, 여행 중에 겪은 회로애락을 솔직하게 글로 옮겼다. 하지만, 가..
궂은 날씨에도 계속 자전거를 탔더니 어느새 시커먼스가 되었다. 흙도 덕지덕지 붙어 있어 눈 뜨고 못 봐줄 지경. ㅋ 세차가 필요한 시점이어서(이물질의 개입은 자전거의 노화와 고장의 원인이 된다. 더러워 보일 때 걸레로 잘 닦아주는 것만으로도 예방이 되니 작은 관심을 권한다) 뒷바퀴를 분리해서 깨끗하게 닦고 있는데 뭔가 이상하다. 스포크 하나가 부러져 있는 것. 16인치의 앙증맞은 사이즈인지라 쉽게 눈에 띄지 않았던 모양이다. 스포크 하나가 없다는 것의 의미는? 여러 개의 바퀴살 중에 하나쯤이야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이는 곧 바퀴의 균형이 서서히 무너진다는 것을 뜻한다. 길이가 확실히 다른 것을 볼 수 있다. 어찌 저렇게 부러졌다냐. 스포크 하나가 없는 채로 라이딩을 계속하면, 최악의 경우 휠이 휘어지..
그야말로 자전거 전성시대다. 그렇지만 정작 자전거 탄생부터 발전 과정에 대해서는 모르는 경우가 많다. 타는 것 자체만으로 재미를 느끼는 것도 좋지만, 자전거 뒷이야기를 알고 나면 자전거가 달리 보일 것이다. 타는 재미도 배가될지 모른다. 나는 이 책을 읽는 내내 로드바이크를 타고 달리는 상상을 했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책 월간지 을 정기구독하고 있는데, 이 책을 읽다보면 자전거 역사나 대회, 사이클 챔피언 등에 대한 이야기를 접할 수 있다. 재미는 있는데 찔금찔금 보여주니 감질만 나서 혼났다. 때마침 『세상에서 가장 우아한 두 바퀴 탈것』(이 책 상당히 두껍다. ^^)에서 자전거 역사를 제대로 읽고 만족감을 느꼈으나, 이 책은 또 새로웠다. 자전거 역사는 한 챕터를 차지하고 있었고(세상에서 가장 우아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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