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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카 자전거 여행>을 읽으며 흥분하던 나는 사라졌다. 왜일까? 곰곰이 생각해보니, 저자의 변화가 내게 고스란히 영향을 미친 것 같았다.<서울을 여행하는 라이더를 위한 안내서>를 쓴 저자는, <아메리카 자전거 여행>을 쓸 때와 사뭇 달랐다. 읽는 내내 왜 변했냐고 탓하고 싶었지만, 저자의 말마따나 빡빡한 일정 속에서 숨쉴 틈 없는 서울 라이딩의 한계를 보여주는 게 아니었나 싶다.

서울로 온 저자는 자전거로 출퇴근하는 사람 중 하나가 되었다. 출발과 도착지가 항상 정해져 있었지만, 여행자로서의 정체성을 버리고 싶지 않았던 홍 저자는 출퇴근 라이딩을 여행처럼 생각하려고 노력했다. 그 동안 그는 인도에서 차도로 옮겨갔고, 출퇴근만 하다가 동호회 등 모임에 참여했다. 그리고, 라이더에서 레이서로 변모했다.

  
 

보이지 않는 라이더로 존재할 때에는 인도 위에서 달리다가, 시간상의 문제 등으로 차도로 옮겨간다. 이후 도심을 달리는 방법이 다양해진다.(자동차에게 빼앗긴 도로를 살짝 이용하는 것만으로 이동이 자유로워진다는 것을 기억해야 할 듯 싶다) 자전거 혁명을 위해 사람들을 모아 라이딩을 하기도 하고,  3.1절 기념 서울 구청 순회 라이딩에 참여하기도 했다. (솔직히 도심의 구청을 순례하는 게 무슨 큰 의미냐 싶기도 한데다가, 기념 사진을 책에 게재한 無센스는 실망스럽기도 했다) 그리고 홍 저자의 말대로 모험을 좋아하는 그는 또 다른 변화, 레이서로 변모했다. 프랑스에서 열리는 PBP 대회에 참가하기로 한 그는, 예선을 치르기 위해 일본으로 건너가는 열정을 보이기도 한다. 다양한 악재 속에 일시적으로 꿈을 접은 상태이긴 하지만- ;;

책 속 홍 저자는 속도에 집착하고, 순위에 집착하는 모습을 보인다. 다행히 책 말미에서 <아메리카 자전거 여행>에서의 그를 살짝 만나볼 수 있었다.
다양한 시도 끝에, 자신이 자전거로 무엇을 이루려고 하는지, 어떤 때 가장 즐거웠는지를 생각하는 여유를 찾은 것! 미국 유학 시절, 모든 것이 불투명했지만 자전거 타는 것 외에 다른 아무 목적이 없었을 때 가장 행복했다고 한다. 여백을 되찾자 생각한 것. 속도나 순위에 집착하지 않는 것이 자전거를 타는 하나의 목적일텐데, 그는 한때 그것을 잠시 망각한 것 같았다. 서울이 갖고 있는 속도에 휩쓸려서 말이다. 뭐, 순전히 내 느낌이긴 하지만 말이다.

아, 그리고 전국을 자전거 일일 생활권으로 만들고 싶다는 말은 취소했으면 좋겠다. 이것을 위해 얼마나 많은 땅을 갈아엎어야 할 것이며(차도를 같이 쓴다고 해도), 사람들은 또 다시 속도에 집착하지 않겠는가. 각자에게 자전거가 가진 의미가 모두 다를테지만, 홍 저자의 자전거에 대한 생각은 본래 의미에 역행한다는 느낌이다. 나만 그런가. 
 
홍 저자가 참여하려고 했던 PBP 대회,
지구력과 사이클 능력에 대한 잔인한 테스트라는 평을 받고 있는 PBP 대회는 프랑스 파리에서 출발, 노르망디 해안 도시 브레스트를 찍고 다시 파리로 되돌아오는 1200킬로미터의 코스이다. 파리와 브레스트의 두음을 따 PBP(페베페)라 불리며, 아마추어만 출전할 수 있어서 아마추어들에게는 꿈의 레이스라고 불린다. 1981년에 시작돼 1903년에 시작된 투르 드 프랑스보다 연륜이 더 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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