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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지사에서 나는 아르바이트생이거나 직원이거나 둘 중 하나였다. 어느 잡시사든, 처음 들어가서 하는 일은 신간 리뷰 작성이다. 읽어보지도 않은 책에 대한 리뷰를 쓰는 것은 늘 고역이었다. 출판사에서 제공하는 설명서를 최대한 축약하는 것으로 마무리하고는 했다. 그리고 2010년, 그린비 출판사에서 작성하는 리뷰를 보고는 무릎을 쳤다. (진부한 표현;;) 리뷰의 진수를 보여준다. 읽지 않은 책에 대한 리뷰는 없다. 읽은 후 쓰는 리뷰는 내가 오랜 전 짜깁기 한 리뷰와는 차원이 달랐다. 부끄러운 고백이지만 말이다.

그린비 출판, gBlog에 소개된 <아메리카 자전거 여행>에 대한 리뷰는 다음과 같다. 에너지를 절약하는 데 우리의 에너지를 쏟아붓자? 어떤 식으로든, 어떤 계기에서든 한 사람의 인생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 그건 참 대단한 일일 거다. 이 책을 읽고서 자신이 무심코 타던 에스컬레이터와 엘리베이터를 타지 않게 되었다면, 이 책은 한 사람의 삶에 꽤 큰 점을 찍은 셈이다. 저자가 의도했거나 안 했거나 이 책을 읽은 그린비 편집부 1인은 무신경하게 소비하고 있는 모든 에너지를 줄이는 일에 에너지를 쏟아부었다나?

 


아메리카 자전거 여행에 대한 기행, 다른 기행문과 다를 게 뭐가 있겠냐 싶은 마음도 있었다. 그린비의 강력 추천이 아니었다면 쉽게 시작하지 않았을 책이기도 하다. 독서는 3일만에 끝났다. 씨앗문장을 노트에 적어가며 꼼꼼히 읽었는데도 빠르게 읽은 편이다. 그만큼 흥미로웠고, 한편으로는 내 삶에 각성제 역할을 톡톡히 했다. 읽으면 읽을수록 그의 이야기가 못견디게 궁금했다.

그가 말하는 '자전거 혁명이 꿈꾸는 사회'에 동참하고 싶었다. "무슨 일을 하든, 어떤 자전거를 타든, 자전거 여행을 떠나는 순간 우리의 신분은 같다. 라이더인 것이다." 그의 글을 읽으니 어렴풋하게 생각해 온 자전거 혁명에 대한 그림이 그려지는 것 같았다. 자동차에 미친 사회에서 자전거가 여행의 수단이 아닌 우리 삶에 깊숙하게 침투하는 그런 상상으로 잠깐 행복했다. 나는 버스를 잘 타지 않는다. 자전거로 이동 가능한 곳에서 일하고, 산책을 즐기고, 쇼핑을 한다. 자동차나 버스에 의존하지 않고, 내 두 다리로 페달을 밟아 이동할 수 있다는 것에 쾌감을 느낀다. 그 기분이 좋다. 이것이야말로, 작지만 큰 생활 혁명이 아닌가 싶다.  


 


그는 노란색 몰튼에 짐수레를 달아 미국을 횡단했다. (아, 몰튼! 꿈의 자전거이다. 개인적으로 ^^) 동쪽에서 서쪽으로 서진하였으니, 대서양에서 태평양까지 간 셈이 된다. 그는 목적지에 다다라서야 진정한 라이더가 되었다. "나는 이제 임시변통이나마 자전거의 병을 돌볼 능력이 있다. 자전거와 자전거 타는 사람, 자전거 고치는 사람 삼위일체로서의 바이크 라이더가 된 것이다"라며 자뻑하기도 했다. ㅋ 그는 실제로 기적처럼 자전거의 병을 돌보았다. 변속을 조정하는 드레일러가 고장나자 앞 기어를 중간에, 뒤 기어를 4단에 고정시켜 1단 짜리 기어로 달리기도 했고, 짐수레 바퀴에 난 펑크를 반창고를 이용해 수리하기도 했다. 그렇게 그는 점점 자전거의 내부까지 찬찬히 들어가게 된 것이다.

그는 말한다. 자전거 타기는 진정 교통사고로부터 해방됨을, 소비적인 사회와 전쟁으로부터 해방됨을 뜻한다. 자전거 타기가 정착된 사회는 속도와 경쟁의 압력으로부터 자유로운 사회이다. 자전거 타기가 왜 위협적인지 알 것이다. 사치스럽고 빨리 돌아가는 사회에 대한 대안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가 만난 수많은 라이더와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가 재미를 더한다. 일상에 쫓겨 엄두도 내지 못하는 그들의 일탈이 부러워질 게 틀림없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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