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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를 좋아하지만, 자전거 타는 매순간이 즐거운 것은 아니다. 자동차가 쌩쌩 달리는 차도를 피해 인도로 올라가면 보행자의 속도에 맞춰야 하므로 답답하기도 하고, 작은 사고로 불미스러운 일이 생기기도 한다. 어쩌다가 만난 자전거길이 반갑지만 이 길에서조차 역주행하는 사람을 만나기도 하고, 옆에 인도를 두고 굳이 자전거길로 다니는 사람들 때문에 괜한 짜증이 섞이기도 한다. 간혹 한강이나 한적한 길로 나가 별 간섭 없이 자유롭게 바퀴를 굴릴 수 있을 때, ‘이제 자전거 타는 맛이 좀 나네’라고 생각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내게 자전거는 일상인가, 취미인가. 아무래도 취미에 가깝게 생각하기 때문에 자전거 타는 맛 운운하는 것도 같기도 하다.

자전거는 유럽에서 처음 발명되었는데, 이것을 취미에서 일상으로 끌고 가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처음에는 상류층의 고급 취미 혹은 애장품이었다가, 경륜의 하나였다가, 여행의 수단이었다가 결국 서민에게도 탈 기회가 생기기까지 수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지금 우리에게 자전거는 모든 것이기도 하다. 여전히 상류층의 사람들은 고급자전거를 선호하고, 자존심으로 자전거를 바꾸기도 하니까. 경륜? 물론 전문가편이 있기는 하지만 마음만 먹으면 참가할 수 있는 일반인 대회가 많아지고 있고, 자전거 세계일주, 아메리카 횡단 등의 이야기를 쉽게 접할 수 있다. 그리고 자전거로 운동을 하고, 장을 보고, 서점에 가고, 도서관에 가고, 친구를 만나기도 한다.

그것이 무엇이든 자전거 타는 일이 즐거워져야 한다. 중간중간 섞이는 불미스러운 일이 인도를 좁혀 만든 자전거 길 때문이라면 차도를 좁혀 자전거 길을 만들어야 하고, 배기가스를 내뿜어 지구를 위협하고 인간을 위협하는 자동차 때문이라면 자동차로 생활하기 불편하게 만들어야 하고, 자전거 길이 온전하지 않아 인도와 차도를 점프하는 게 힘들다면 대중교통이든 자전거 길이든 만들어 괴로움을 줄여줘야 한다. 그것이 바로 이 책의 저자가 말하고 싶은 요지이다.

 


이 책은 두 부분으로 나뉜다. 하나는 그야말로 그 남자(저자)의 자전거 생활에 관한 이야기이다. 자전거의 일반적인 상식, 정비법, 자전거 고르는 법, 라이딩 기술 등에 대해서 썼는데, 지극히 개인적인 화법으로 말한다. 때문에 어떤 부분은 깊이가 있지만, 또 어떤 부분은 언급만으로 끝나기도 한다. 하지만 이야기꾼 같은 화법 때문인지 정비법조차 상상하게 만드는 힘을 가졌다. 즉, 뻔한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묘하게도 끝까지 읽게 만드는 힘이 있다는 것. 그렇지만 전문적인 자전거 이야기를 기대한다면 이 책은 덮는 편이 좋다. ^^;   

또 다른 한 부분은 유럽 자전거 생활에 대한 이야기다. 자전거 왕국을 이뤄낸 유럽의 두 나라인 독일과 네덜란드를 다녀온 것. 나라 전체는 아니지만 두 나라는 도시 안에서는 자동차가 아닌 자전거가 유리한 환경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두 나라 모두 시작은 ‘환경문제’였다. 정책이 바뀔 정도였다면, 그 정도가 얼마나 심각했는지 예측할 수 있다. 더 갈 데가 없어 선택한 방법인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자동차를 가지고 다니는 것이 어렵고 불편한 일이 되어버린 두 나라에서는 그 대안으로 자전거를 선택했다. 처음에는 저항이 컸다고 한다. 자전거를 퇴보의 의미로 받아들였던 것. 그런데 그 큰 저항을 이긴 방법은 참 단순하다. 바로 ‘타 보면 안다’는 것이었다고. 자전거를 타 본 사람들은 “이 좋은 걸 지금까지 왜 안 탔지”라고 하게 됐던 것인데, 타 보면 안다는 체험 마케팅으로 이뤄낸 자전거 왕국이라 할 수 있겠다. 물론 자동차 생활을 불편하게 만들었던 환경(좁은 도로, 미미한 주차장, 과도한 벌금, 시속 30km 이하로 속도 제한 등)도 큰 역할을 했을 것이다. 시너지 효과를 낸 것.

저자가 마지막으로 말하는 일본의 자전거 생활에 대한 비전은 유럽의 두 나라가 이뤄낸 성과와 크게 다르지 않다. 도시고속도로를 만들자는 것과 자전거 스테이션에 대한 제안은 새롭긴 하지만 말이다. 실현 가능성은 섣불리 말할 계제가 아닌 듯. 일본의 환경도 모르는 주제에. ㅋ



지금까지 이 책의 긍정적인 면에 대해 썼다. 하지만 그의 편협한 사고방식을 엿볼 수 있는 대목도 많았다. 일본 아주머니들 때문에 일본의 자전거가 제 역할을 못한다는 둥, 여성용 자전거를 탄 네덜란드 사람은 멋져 보이지만, 여성용 자전거를 탄 일본 사람들은 그렇게 보이지 않는다는 둥, 자전거 탈 때 복장에 연연하지 않는 독일인들이 성숙한 성인처럼 여겨졌다는 둥, 자전거를 닦을 때 기름이 묻어 여자친구나 아내가 옆으로 오려고 하지 않을 거라는 등의 이야기는 거슬렸던 게 사실이다. 뭐, 책 자체가 그렇듯 개인적인 취향이라고 반론한다면 할 말은 없지만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남긴 메시지는 21세기를 살고 있는 모두가 기억해야 할 거다. 춥거나 더우면 스위치부터 켜고보는 우리는, 그 동안 우리의 라이프 스타일을 편리 위주로 바꾸어 놓았다. 노력의 성과이기도 하지만, 지구는 한계를 느끼고 있다. 이젠 하나씩 그 편리함과 작별해야 할 시간이 왔다. 그래도 자동차 대신 자전거를 선택하는 것은 다른 어떤 것보다 즐거운 작별이 되어줄 것이다. 자전거는 인간과 지구에 친근하고, 무엇보다 인간을 즐겁게 해주는 매력을 가졌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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