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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책

미국에 <시티 라이더>가 있다면, 한국에는 <서울을 여행하는 라이더를 위한 안내서>가 있다?

by Dreambike 2010. 9. 2.

생활 속에서 자전거를 탄다? 대부분 도로 위를 달리게 될 것이다. 취미로 산을 타거나 여행을 가는 게 아니라면 말이다. 자전거 초보자라면 차도가 아닌 인도 위를 달리는 경우도 많은데, 사람들로 북적되는 인도에서 더 이상 바퀴를 굴릴 수 없게 된다면 원래 자리인 차도로 돌아가기도 한다. 인도건 차도건 간에 도시를 달리는 이들이 안전하게 라이딩하기 위해서는 도시를 잘 알아야 하는 법. <시티 라이더>를 통해 우리 도시의 모습은 어떤지, 자전거 타기에 좋은 환경을 가졌는지 생각해볼 일이다. 



도시의 라이더에게 건네는 허스트의 조언
로버트 허스트에게 도로 위에서 접할 수 있는 위험 상황들에 대해 듣고 있자면, 과연 자전거를 타야만 하는가라는 물음에 직면하게 된다. 도로 위를 토핑하고 있는 크랙, 팟홀, 너울이, 배수구, 철도 트랙 등을 보지 못하고 주행하다가 심한 부상을 당하는 경우가 많다.(부상의 종류도 가지각색) 도로에서 달리다 보면 갈피를 잡을 수 없는 자동차를 조심해야 할 것은 물론이고, 정차하고 있는 자동차까지도 조심해야 한다. 언제 문이 열려 자전거를 내팽개칠지 모르니 말이다. 교차로나 코너에서 할 수 있는 현명한 라이딩 방법에 대해서도 조언한다.

더 나아가 대기오염의 문제, 펑크 등 고장과 수리의 문제, 자전거 선택의 문제 등에 대해서 자신의 입장을 밝힌다. 자동차가 내뿜는 대기오염 때문에 자전거를 타지 말자? 상관없이 즐거운대로 타자는 입장이다. 걸어도, 대중교통을 이용해도 그것을 피할 수 없는 마찬가지이니까 말이다. 자전거는 펑크부터 시작해 고장이 잦은데 허스트는 스스로 정비하는 힘을 기르자고 한다. 물론 모두가 전문가가 될 필요는 없지만 소소한 고장은 스스로 고치는 것이 자전거에 애정을 기르는 또 하나의 방법이 되기도 한단다.  

자전거의 위상에 대한 고민
조금 사회적인 시각에서 접근했을 때, 자전거의 노선은 무엇이 적절한가에 대한 고민을 요구한다. 첫째 차도에서 자동차를 몰아내자.(환경주의자 주장) 둘째 차도에서 자동차와 똑같이 행동하자.(차량주의자 주장) 셋째 차도만으로는 안 되고 자전거 전용도로도 많이 만들어 편하게 타자.(중도주의자 주장) 정도로 나뉜다. 로버트 허스트는 그 무엇도 고집할 필요가 없다는 주관을 밝힌다. 자신의 안전은 누구도 보장하지 못한다는 것. 하여 가장 안전할 수 있는 길을 찾아 주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시티 라이더가 되었다면 옳고 그름을 떠나, 나만의 입장을 정리해보는 게 필요한 것 같다.

 


시티 라이더 VS 서울을 여행하는 라이더를 위한 안내서
이 책을 읽는 내내 따라다녔던 것은 바로 홍은택의 <서울을 여행하는 라이더를 위한 안내서>(이하, 서울 여행서>라는 책이었다. 이 책에 대한 리뷰는 전에 게재한 바 있다. <아메리카 자전거 여행>을 보며 저자의 팬이 되었던 나의 감성은 <서울 여행서>를 보면서 서서히 사그라들었다. 뭔가 납득이 되지 않는 기분이었기 때문. 그런데 <시티 라이더>를 읽으면서 그 이유를 찾게 되었다. <서울 여행서>는 <시티 라이더>를 흉내낸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보이지 않는 라이더, 차량주의 노선, 도어존, 교차로 등 차도에서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것까지 그 맥락이 다르지 않았다. 물론 서울을 배경으로 각색했다는 것에는 점수를 줄 수도 있겠다. 하지만, 창의성 없는 따라하기식 기획이었다는 것에는 실망감을 금할 길이 없다.

오타, 오역으로 얼룩진 시티 라이더

책을 읽다 오타 한두 개 발견하는 것은 일도 아니다. 사람이 하는 일이기 때문에 그 정도 실수 정도는 눈감아 주는 우리이다. 그러나 <시티 라이더>는 정도가 지나치다. 오타는 몇 장 걸러 쉽게 발견할 수 있으며, 번역 실력도 의심이 되는 정도이다. 편집도 훌륭한 수준은 아니다. 논문을 보는 느낌의 편집 실력이랄까? 이 세 가지를 보완하여 재발간한다면 독자로부터 더 나은 반응을 얻을 수 있을 거라 확신한다. 자전거 관련 도서는 실용서 위주로 발간되고 있는데, 인문서에 가까운 이 책은 지금의 라이더에게 꼭 필요한 책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