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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폰 없으면 가난한 사람 되는 세상 『경제성장이 안되면 우리는 풍요롭지 못할 것인가』

by Dreambike 2010. 11. 7.

뉴스에서도 아이폰(더 정확하게는 스마트폰)을 대대적으로 광고하고 나선다. 스마트폰의 활용 범위가 넓다는 것과 그것이 일상에서 어떻게 쓰일 수 있는지 알려준다. 스마트폰은 다운받을 수 있는 어플이 많아 그 종류에 따라 사용 범위가 달라진다. (몇 년 전만 해도 핸드폰에서 TV를 시청할 수 있다는 것에 깜짝 놀랐는데, 음악, 동영상, 인터넷 등으로 확대되다가 이젠 일상 속으로 들어오려고 한다) 어플을 다운받으면 명함이나 바코드 문자를 인식해 제품의 상세 정보나 명함의 신상명세를 제공받을 수 있단다. 시중에 정사각형 모양의 새로운 2차원 형식의 QR코드가 생겨 가능하다는 건데, 이건 시작 단계로 보인다. 일본에서는 광고 전단지, 신문, 잡지, 포장지 등 인쇄매체에 QR코드를 사용해 인터넷과 연계해 홍보용으로 사용하고 있다. 곧 국내에서도 사용 범위가 더욱 확대될 거라 쉽게 예상할 수 있다. 이 외에도 소셜네트워크로 트위터나 블로그를 실시간 할 수 있고, 전자도서, 사전, 위치 추적 등 나열할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이게 무슨 문제냐고 반문할지도 모르겠다. 그렇다! 참 편리하고 신기하다. 아마 너도나도 사서 이용해보고 싶을테니 말이다. 그런데 묻고 싶다. 이것이 모두가 누릴 수 있는 혜택이냐고. 스마트폰을 이용해 숨은 정보까지 공유할 수 없는 사람이 분명 있을 것이고, 스마트폰이 없어 모두가 공유하는 정보로부터 소외되는 이도 있을 것이다. 결국 스마트폰을 가진 자와 못 가진 자로 나뉠 것이고, 이것은 기술의 이기를 이용하지 못하는 뒤떨어진 사람으로, 혹은 가질 수 없어 가난한 사람으로 취급될 수 있다.

비약이 심한 것 아니냐고? 그렇다면, 가난하다는 것, 빈곤한 것이 무엇인지 알아야 하지 않겠는가. 연봉 3~4천을 받고, 분양받은 아파트에 월세로 살면서, 명품백과 아이폰, 노트북 좀 있다고 ‘나는 부자’라고 말할 수는 없으니 말이다.

 


가난하다는 것은 무엇인가. 빈곤은 네 가지 종류로 나눌 수 있다. 첫째, 자급자족 사회를 가르키는 전통적 빈곤 상태이다. 이 사회는 가지고 있는 것과 필요한 것 사이의 차이가 크지 않아 생활에 만족한다. 즉 바깥에서 판단하는 빈곤이라고 할 수 있다. 둘째, 세계은행이 말하는 절대적 빈곤이다. 먹을 게 부족하고, 약이 모자라고, 옷이 없어서 건강한 생활을 할 수 없는, 해서 병들기 쉬운 환경에 놓였다고 할 수 있다. 셋째, 부자가 전제된 빈곤이다. 부자와 가난한 자라고 하는 사회 관계 속의 빈자란 그 사회에 있는 한, 부자의 말을 들을 수밖에 없고 부자를 위해 일할 수밖에 없는 사람들을 말한다. 배가 고파서 고통스러운 것보다 부자에게 바보 취급을 당하면서도 반항을 할 수 없는 무력감으로 비참해지는 것이 이 빈곤의 특징이다. 넷째, 근원적 독점에서 생기는 빈곤이다. 이 빈곤은 기술발달에 따라 새로운 필요가 만들어지고, 거기로부터 새로운 종류의 빈곤이 탄생하는 것을 말한다. 20세기 들어 기본적인 의식주를 제외한 사람들이 꿈도 꾸지 못했던 물건이 생산되기 시작했다. 이것들은 처음에는 사치품으로 등장하지만, 나중에는 ‘있으면 좋은 것’에서 ‘없으면 곤란한 것’으로 변해가며 살 수 없는 사람을 비참하게 만들고 가난한 사람으로 만든다. 가장 흔한 예는 바로 자동차이다. 자동차 사회는 ‘자동차를 사면 어떻겠느냐?’고 묻는 것이 아니라, “자동차가 없으면 가난뱅이다. 당신은 매우 불편한 생활을 하고 있는 거야.”라고 강제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을 비롯해 세계는 ‘경제 발전’에 미쳐있다. 경제가 발전하는 것이 가난으로부터 벗어나 부자가 되는 길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우리는 대통령도 그렇게 뽑지 않았는가. 경제대통령 운운하며) 그렇다면, 경제발전이 빈곤을 해소해줄 수 있을까? 경제발전은 빈부의 차이를 없애는 것이 아니라 빈곤을 이익이 나는 형태로 고쳐 만드는 빈곤의 재구성이다. 즉, 세 번째와 네 번째 빈곤 상태, 착취하기 쉬운 형태로 전환시키는 것이 결제발전의 정체인 것이다. 세 번째란 인간을 노동자로 만드는 것이고, 네 번째는 인간을 소비자로 만드는 것이다.   

                                                                                     『경제성장이 안되면 우리는 풍요롭지 못할 것인가』 발췌

 


다시 하던 얘기로 돌아가 보자.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은 그 어떤 형태의 빈곤에도 속해있지 않은가. 결국, 노동자로 살아가는 우리는, 새로운 물건을 외면하지 못해 충실한 소비자가 된 우리는 가난한 게 맞다.

아이폰 사태는 점점 심각해질 것이다. 아이폰을 비롯한 스마트폰이 없으면 제품에 대한 상세 정보를 제공받기 힘들어질 것이다. 억지춘향으로 스마트폰을 사야 할지 모르겠다. 스마트폰은 기계값뿐 아니라, 매월 사용료도 꽤 높다. 단지 전화로만 사용할 사람들이 스마트폰을 구매해 매달 5만원 가까이 비용을 지불하는 것은 쉽지 않다. 그래도 결국 스마트폰은 없어서는 안 될 필수품이 될 것이다. 컴퓨터가 그랬듯이 말이다. 이제 출판사에서 손글씨로 쓴 원고를 받아주지 않는다. 하여, 작가들은 컴퓨터를 사야했다. 대학에서 레포트를 손글씨로 쓰는 경우가 있는가. 컴퓨터가 없으면 세상에 동화될 수 없는 상황이 되었기에 컴퓨터는 의식주의 하나처럼, 살면서 꼭 필요한 물건이 되어가고 있다. 

도구를 이용해 인간의 능력을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기계가 인간의 능력을 대신하고 있는 형국이다. 기계가 없으면 안 되는 부분이 점점 늘어날 것이고, 더 발전된 기계를 사기 위해 노동의 현장에서 내 몸을 더 혹사해야 할 것이다. 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고 싶다면, 더글라스 러미스의 『경제성장이 안되면 우리는 풍요롭지 못할 것인가』를 읽기를 권한다. 미국인 정치학자이자 평화운동가로 오래 활동해 온 더글라스 러미스는 이 책에서 경제성장, 민주주의, 평화, 지속가능한 문명, 미국의 패권주의 등 실로 다양한 주제를 다루고 있다. 지난 수십년간 고도경제성장을 경험해온 사회라면 그의 이야기를 들어봐야 할 거다. 너무 늦기 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