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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과 절망의 비빔책 『당신은 이미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글쓰기에 관심 좀 있나요? 막연한 글쓰기가 아니라 그것이 소설이라는 특정 분야일 수도 있겠지요. 오늘 그 소설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한 편의 소설을 읽고 나면, 왠지 나도 쓸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을 받잖아요? 그렇지만 당장에 고개를 떨구게 되지요. 원고지 한 장 넘기기가 쉽지 않거든요. 이랬던 저는 며칠 전 반가운 책을 만났습니다. 바로 작가 이승우가 쓴 『당신은 이미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인데요. 보세요. 고군분투하고 있는 모든 이들에게 이미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고 하니, 고마운 마음까지 들지 않나요? 『당신은 이미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는 실력파 소설가가 쓴 책답게 미끈합니다. 어려운 이야기를 아주 쉽게 풀어 썼네요. 단 몇 시간 만에 책을 덮었거든요. 하마터면 다 읽었다고 생각할 뻔 했다니까..
글 쓰는 근육 만들기『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 무라카미 하루키』 기계적으로 다리를 움직이고 있는 길 위의 하루키를 보았다. 표정을 잃은 그가 걷기와 뛰기 중간쯤의 속도로 움직이고 있는 것. 이번 마라톤을 끝내면 다시는 뛰지 않으리라, 하는 그런 지친 표정이다. 방 안에 앉아 매일 소설을 쓸 줄 알았던 하루키에게 마라톤이 어울리나? 그런 생각이 앞서지만, 먼저 이야기를 들어보기로 한다. 모든 경험은 소설가의 자양분이 된다 그는 대학 졸업 후, 식당을 경영했다. 낮에는 식사를 밤에는 술을 팔았다. 무려 7년 동안 지속되었다니 왠지 의외란 생각이 든다. 그래도 꽤 성공적인 케이스였던 모양이다. 그가 전업 작가로 폐업을 하자 주위 사람들이 어렵게 이룬 성공이 아깝지 않냐는 반응이 대부분이었던 걸 보면. 그는 어떤 계기로 소설을 쓰기 시작했을까? 야쿠르트 스왈로스 팬이었던 하..
책 VS 영화 『상실의 시대 / 무라카미 하루키』 대체 언제였지. 뭐 이런 책이 다 있어 싶었던. 를 통해 하루키를 처음 알았고, 그의 매력에 흠뻑 취해 등장인물의 말투나 생활방식을 흉내내기도 했었다. 일본이 다시 보였고, 일본 소설을 즐겨 읽게 됐고, 일본 여행을 계획하게 하는 교두보 역할 같은 걸 했었다. 하루키는 그도 모르는 사이에 그런 역할을 하고 있었다. 를 영화로 찍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기대 반, 우려 반의 심정이 들었다. 영화를 통해 그때의 흥분과 감동을 다시 느낄지도 모른다는 기대와 늘 그렇듯 실망만 하게 되는 건 아닐까 하는 걱정이 섞이는 거다. 그리고 영화를 봤다. 의아한 마음에 다시 책을 읽었다. 두어 번 정도 읽은 에 대해 다 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게 웬일. 처음 읽는 책처럼 느껴지는 거다. 주인공의 이름과 몇몇 스토리는 잔존..
로드레이스 만화의 결정판 『오버 드라이브』 자전거를 좋아하다보니 자전거에서 파생되는 모든 것을 좋아하게 된다. 그중 최우선은 책! 아쉬운 것은 관련도서가 많지 않다는 것인데, 만화도 손에 꼽을 정도이다. 게다가 다양성이 부족하다는 결정적 약점까지 가지고 있다. 전 국민이 즐긴다는 ‘야구’는 실로 그 다양성이 경이로운 수준에 이른다고 할 수 있다. 만화(실시간 카툰을 그리는 분도 있을 정도이니), 소설, 야구의 역사, 마케팅, 사전, 이론서 등등. 자전거에게도 그런 찬란한 시절이 오겠지! ^^ 『내 마음 속의 자전거』 이후로 마음에 쏙 드는 만화를 발견하지 못하다가, 간만에 보석 같은 만화책을 만났다. 처음에는 좀 지루하다 생각했는데, 3권 정도 지나자 신이 나기 시작했다. 신이 난다는 것에 대한 설명이 필요할 것 같은데(뭐, 궁금하지 않을 수도 ..
청춘이라면 읽어라! / 다자이 오사무의『인간 실격』 저는 오늘 요조라는 한 남자를 만났습니다. 그는 익살을 서비스하며 평생을 살아온 사람이었습니다. 그가 익살을 떨게 된 이유는 인간 세상을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인데, 이해하지는 못해도 그 인간 곁에서 살고 싶어서였습니다. 즉 그의 인생 전체는 오롯이 연기였고, 자신이 만든 극본으로 한 편의 드라마를 찍은 셈이 됩니다. 그런 그도 결말을 예상하지는 못한 걸까요. 말 그대로 그의 결말은 무척 끔찍했습니다. 스물 일곱 살이 되는 동안 세 번의 자살을 시도했는데 죽지 못했습니다. 새치가 머리를 덮고 알코올과 모르핀 중독으로 이가 빠져 겉모습으로만 보면 마흔은 넘어 보입니다. 게다가 외딴 시골에 갇혀 육십이 넘은 할머니와 살면서, 때로는 겁탈을 당하기도 한다니 말 다했습니다. 그는 줄곧 자신이 실격된 인간이라고 생..
무라카미 하루키도 이렇게 시작했다 『연필로 고래 잡는 글쓰기』 글쓰기 책에는 글쓰는 방법이 없다?! 글쓰는 것에 관심이 많다. 소설을 쓰고 싶기도 하다. ‘이거다’ 싶은 소설을 만났을 때 이야기이지만. 그렇게 한 소설에 꽂히면 자연스럽게 글쓰기 책을 찾아 읽게 된다. 소설로 가는 지름길 혹은 글쓰는 기술을 전수해 줄 것 같은 기대 때문일 거다. 지금까지 그랬듯 당연히, 도움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영 퍼센트라고는 말 못하겠다. 간혹 도움을 받기도 한다. 문장을 만들 때 ‘그건 너무 상투적이잖아?’라면서 코치를 하기도 하고,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아 머리를 뜯고 있으면 ‘산책이라도 하는 게 어때?’라며 뻔한 조언을 하기도 하니까. 뭐, 불만은 없다. 내심 그것으로 만족하는 편일 지도 모르겠다. 세상에 한 방에 통하는 ‘비법’이 없다는 것쯤은 알고 있으니까. 그런데 말..
승부 없는 야구는 재미없을까? 『우아하고 감상적인 일본 야구』 열광까지는 아니더라도 야구를 즐겨 보는 사람이라면, 좋아하는 팀 하나 정도는 있을 거다. 야구 시즌이 되면 한두 번은 야구장을 찾거나, 매일 저녁 스포츠 뉴스를 챙겨 보며 이겼는지 졌는지 확인하는 게 일상이 되기도 하고, 친구나 직장 동료들과 “어제 야구 봤어?”라며 인사를 나누기도 할 거다. 그런데 말이다. 우리는 승부 이외의 것에, 응원 이외의 것에 큰 관심을 쏟지 않는다. 그렇다면, 이런 것에 관심을 갖는 팬들도 있을까? 저 타자는 날아오는 야구공 크기가 골프공만 해 보일까, 배구공만 해 보일까? (경력이 쌓일수록 구술만하게 보이던 공의 크기가 골프공, 탁구공, 사과, 배구공, 수박 크기로 커 보인다), 저 타자는 야구공 속도를 제트기처럼 느낄까, 자전거처럼 느낄까?, 저 투수는 슬럼프를 라이프니츠..
『이것은 왜 청춘이 아니란 말인가』 삽질 가능한 세상을 바란다 우리는 ‘삽질했다’는 표현을 곧잘 쓴다. 아무 이익도 보람도 없는 일을 했을 때 우스개 소리로 넘겨버리는 표현 방식이다. 농담거리로 치부되어야 마땅한 ‘삽질’은 말 그대로 참, 하찮아진다. 아무리 열정을 다했다고 해도 쓸모가 없으니 항변하기도 마땅찮다. 그렇다면, 우리는 당장 삽질을 멈추어야 하는 것일까? 이 책은 연세대 원주 캠퍼스와 덕성여대에서 에 관한 강의를 하며 만난 학생들과의 이야기를 쓴 책이다. 엄밀히 말하면, 사회가 20대를 오해하고 있음을, 보수와 진보를 떠나 기성세대가 말하는 20대는 가짜라는 것을 증명해 보인다고 할 수 있겠다. 20대가 혁명에 냉소적이라고? 20대, 특히 대학생은 가장 혁명적일 것 같았다. ‘젊음’ 그 자체로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다고 어른들은 막연히 생각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