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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오 바르가스 요사, 내게는 조금 생소한 작가이다. 2010년 고은 선생님과의 노벨문학상 경합에서 수상을 거머쥐었다는 풍문 정도를 기억할 뿐. (^^) 우연한 기회에 다른 책을 읽다가 꼬리를 물게 된 것이 이 작가를 제대로 만나게 된 계기가 되었다. 바르가스 요사의 책들은 제목만으로도 충분히 신선한 느낌을 준다. 제일 먼저 손이 간 것은 바로 『젊은 소설가에게 보내는 편지』이다.

펜을 들게 만드는 힘은 ‘반항심’

작가로서의 출발점은 어디에서 연유하는가? 요사는 반항심이라고 얘기한다. 현실세계에 대한 거부감이 너무 커, 자신의 현실을 상상력과 욕망으로 바꾸려 노력하는 사람이 글을 쓰게 된다는 것. 일리가 있다. 우리의 현실은 너무 뻔하다. 때로는 믿기 힘들 정도로 거짓으로 가득 차 있어 몸이 부들부들 떨리고 바삭바삭 마른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은 상상력이다. 허구의 세상을 꿈꾸며 글을 쓰게 되는 것, 그것이 바로 작가라는 말씀. 세상의 가치들에 고개를 자주 끄덕이는 사람이라면 글 쓰기 힘들다는 뜻도 되겠다.

 
 


거짓말이 들통나지 않기 위해 필요한 것은 ‘설득력’
작가는 거짓말을 하는 사람이다. 이런 거짓말이 통하려면 독자를 설득해야 한다. 감쪽같이 속여야 한다. 하여 작가는 설득을 위한 장치로 무장하고 적재적소에서 이를 사용해야 한다. 그러려면? 공부해야 한다. 머리로 아는 것이 글에 발현된다는 보장도 없다. 그러나 알아야 적용을 하든 말든 하므로 공부를 해야 한다. 그리고 끊임없이 써봐야 한다. 공부한 것을 이렇게 저렇게 적용해 본다. 마치 내 몸에 꼭 맞는 옷을 입은 것처럼 자연스럽게 느껴질 때까지. 요사는 설득을 위한 장치로 스타일, 화자, 시간 시점, 공간 시점, 현실 층위, 이동과 질적인 비약, 중국 상자, 감추어진 정보, 연결선 등 이름만 들어도 지루한 단어들을 나열한다. 불행 중 다행인 것은 요사는 꽤 친절한 사람이라는 것. 이 지루한 기법들이 소설에 적용되어 기막힌 효과를 낼 때에는 희열 같은 것도 느껴진다. 동시에 이 어려운 이야기들을 가볍게 하기 위해 수많은 고전을 앞세워 예를 든다. 덕분에 물음표가 느낌표로 바뀌는 경험을 자주 하게 된다. (대표적인 고전들은 평소에 읽어 둘 필요가 있다. 읽어야 할 책 목록이 또 늘었다는;;)

작가로서의 바르가스 요사만 보자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 그는 노벨문학상을 타면서 ‘그는 누구인가’라는 타이틀로 재조명되었다. 그의 이력이 좀 더 널리 퍼지게 된 것. 그는 1970년대 말까지 사회주의자였지만, 1980년대 들어 자유주의로 급선회한다. 쿠바 혁명 이후, 쿠바를 방문하고, 혁명 지도자를 만나며 혁명을 지지했으나, 자신이 지지했던 ‘그’ 혁명 체제가 쿠바 시인 에베르토 파디야를 검열하고, 자아 비판하게 만들고, 동성애자들을 박해하자 이에 회의를 느끼고 등을 돌리게 된다. 그리고는 신자유주의를 적극 지지하고 옹호하며 정반대 입장을 취하게 되는데……. 결국 동료이자 친구였던 가르시아 마르케스와도 이러한 이념 차이로 인해 사이가 멀어졌다고 한다. 이제 와서는 서구식 민주주의와 자유주의, 유럽 문명만이 보편성과 우월성을 갖는다고 확신하는 듯한 행동과 발언을 일삼고 있어 그의 행보가 곱게만 보이지는 않는다. 그러나 작가로서만 보기로 작정하고 이 책을 읽는다면, 글을 쓰는 데 있어 훌륭한 배움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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