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자전거 다이어리

[무한도전] 누구를 위한 밀라노 특집이란 말입니까!

by Dreambike 2013. 11. 26.

저는 무한도전을 좋아합니다. 참, 좋아해요. 제일 좋아하는 예능이 뭐냐고 묻는다면 일초의 망설임 없이 '무한도전'이라고 대답할 거예요. 하지만, 미울 때도 있어요. 연애할 때 애인이 항상 사랑스럽지만은 않잖아요. (결혼하면 그 정도는 더더욱 심해질테구요. ㅋ) 당연히 쓴소리도 하게 되지요. 그래서 좋아하는 마음을 밑에 잔뜩 깔고, 쓴소리 좀 하려구요. 얼마 전에 노홍철(씨)가 밀라노 패션쇼에 진출을 하고 싶다고 하여 하나의 기획이 마련되었는데요. 저는 그 기획이 진심으로 무도답지 않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 시점에서 하나 묻고 싶은 게 있네요. 무한도전이라는 프로그램의 취지는 무엇일까요? 물론 도전이라는 것에 방점을 찍을 수 있겠죠. 수많은 도전으로 시청자를 울고 웃게 했으니까요. 하지만 저는 그보다 더 주목해야 할 것은 무엇에 도전하느냐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남들이 주목하지 않는 것, 중심에서 밀려난 비주류의 것들에 도전함으로써, 도전의 대상이 정해지지 않았다는 것, 창의력에 달렸다는 것을 보여준 것에 있다고, 그렇게 생각해요. 

 

오래 전이기는 하지만 이상봉 패션쇼는 달랐죠. 적어도 그 기획은 각자의 개성을 살리는 쇼였다고 생각해요. 모두가 똑같이 밀라노의 몸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지 않았죠. 멤버들이 그 획일성 속으로 들어간다는 것은, 적어도 무한도전의 정신과 맞지 않다고 보이네요. 노홍철은 얼마전 관상 추격전에서 호박고구만만 먹어서 얼굴은 누렇게 뜨고 힘도 없다고 했지요. 그렇습니다. 노홍철에게서 예전의 생기발랄함은 찾기 힘들었습니다. 밀라노의 몸에 가까워지면 질수록 그의 사고 역시 굳어지는 듯 보였습니다. 뭐, 적어도 제게는 그렇게 보이네요. 예전에는 노홍철을 보면서 많이 웃고 울었는데, 이제 그에게서 '의외의' 감동을 찾기가 힘들어요. 방송을 하는 솜씨는 매끈해졌는데, 마음을 움직이지는 못합니다. 같은 맥락에서 노홍철의 밀라노 타령은 무한도전의 컬러를 변색시킬 뿐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사실, 밀라노 특집이 어떻게 진행될지는 모르겠습니다. 반전이 있을지도요. 하지만, 지금까지는 그런 낌새를 전혀 찾을 수가 없네요)

 

 

예능 중 최장수를 기록하고 있는 무한도전입니다. 사실, 초심은 잃으라고 있는 거다라고 말하는 요즘이에요. 그 변하지 않음도 병이 될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변화는 수용하되, 기본 정신이 무너지는 것은 위험하다고 감히 말하고 싶어요. 기본이 무너지면, 뻔한 색깔을 내는 뭇 예능들과 다를 바 없지 않을까요? 못친소(못생긴 친구를 소개합니다)가 떠오르네요. 못친소는 어떻게 시작되었나요. 상식 비틀기죠. 미인을 뽑는 대회, 근육질 몸매를 자랑하는 대회 등등~ 화려한 외모가 아니면 주목받을 수 없는 무수히 많은 대회가 난무하는 가운데 新문화를 창조한 셈이 되었어요. 못생긴 외모도 개성이 될 수 있다는 것, 루저가 아니라 주인공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못친소와 참으로 대비되는 기획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전 무도에게 이런 바람을 전하고 싶어요. 7인의 울퉁불퉁한 개성이 만들어내는 세상 어디에도 없는 컬러를 앞으로도 발견하게 해달라구요. 거기에서 인생을 배울 수 있도록 해줬으면 한다구요. 전, 무도의 팬이니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