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야말로 자전거 전성시대다. 그렇지만 정작 자전거 탄생부터 발전 과정에 대해서는 모르는 경우가 많다. 타는 것 자체만으로 재미를 느끼는 것도 좋지만, 자전거 뒷이야기를 알고 나면 자전거가 달리 보일 것이다. 타는 재미도 배가될지 모른다. 나는 이 책을 읽는 내내 로드바이크를 타고 달리는 상상을 했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책
월간지 <자전거 생활>을 정기구독하고 있는데, 이 책을 읽다보면 자전거 역사나 대회, 사이클 챔피언 등에 대한 이야기를 접할 수 있다. 재미는 있는데 찔금찔금 보여주니 감질만 나서 혼났다. 때마침 『세상에서 가장 우아한 두 바퀴 탈것』(이 책 상당히 두껍다. ^^)에서 자전거 역사를 제대로 읽고 만족감을 느꼈으나, 이 책은 또 새로웠다. 자전거 역사는 한 챕터를 차지하고 있었고(세상에서 가장 우아한 두 바퀴 탈것의 요약본 정도), 나머지는 세계의 대회와 챔피언, 기념비적인 자전거 뒷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왜 이제야 나왔니?
세계적인 대회의 시작은 신문 부수 늘리기 위한 작전?
어떤 물건을 개발했다고 치자. 이 물건을 만든 기업(혹은 사람)은 홍보에 혈안이 될 것이다. 아무리 좋은 물건이라도 사람들이 모르면 소용없는 일이니, 홍보가 중요하지 않다고 말할 수는 없다. 충동 구매를 부추기는 요즘 홍보 형태는 못마땅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홍보 자체에 대해 비난할 수는 없으니. 어쨌든 트루 드 프랑스, 지로 디탈리아 등은 신문 부수를 늘리기 위해 시작된 것은 맞다. 상업적인 의도에서 시작되었을지 모르지만, 이것이 자전거 대중화에 큰 역할을 했다는 것은 기정 사실이다. 세계적인 대회가 자리를 잡아나가는 과정은 정말 흥미진진하다.
‘금욕적이거나 자유분방하거나’ 챔피언도 가지각색
이 책에서 세계적으로 이름을 남긴 자전거 챔피언을 만날 수 있다. 사이클 황제라 불리는 랜스 암스트롱, 이탈리아를 구한 영웅 지노 바탈리, 식인종이라 불리는 사나이 에디 메르크스, 도로 위의 거인 미겔 인두라인 등등. 이들의 어린 시절과 그들이 겪은 어려움, 좌절, 전성기, 대회 기록 등이 상세하게 나와 있다. 부모님의 이혼으로 힘들었던 어린 시절 이후 선수로서 승승장구하다가 고환암으로 생명의 위협을 이겨내고 트루의 영웅이 된 암스트롱 이야기, 재능을 알아보고 코피를 발탁했던 바탈 리가 코피와 경쟁을 하게 되고, 나중에는 우정을 나누게 된다는 이야기, 반은 사람 반은 자전거로 불렸던 에디 메르크스는 트루에서 모든 분야의 저지를 휩쓸 정도로 대단한 실력자였다. 수도승처럼 화 한번 내지 않는 성품을 가졌던 미겔 인두라인, 금욕적인 생활을 하느니 선수 생활을 하지 않겠다며 자유분방하게 지냈던 자크 앙크틸 등 챔피언에 대한 이야기를 읽을 때는 정말 몰입도 최고였다는~
이 외에도 요즘 흔히 볼 수 있는 자전거 뒷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알렉스 몰튼, 브롬톤, 바이크 프라이데이, 리컴번트, BMX, 픽시 등은 흔히 알고 있는 자전거이긴 한데, 이 책에서는 우리가 몰랐던 뒷이야기를 들려주니 다른 책과는 확실히 구별된다는 느낌을 받았다. 인터넷에 떠도는 정보 정도를 책으로 옮겨놓는 경우가 많다. 책 제목은 달라도 내용은 똑같은 경우가 많은데, 적어도 이 책은 확실히 달랐다. 자전거 좀 아는 사람이 썼다는 티가 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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