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옆에 ‘시마노’를 붙여 놓아도 전혀 어색하지 않다. 이유는 시마노가 빠진 자전거는 왠지 상상이 되지 않기 때문인데, 이는 현실이기도 하다. 이제는 바야흐로 로드바이크, MTB 뿐만 아니라 생활자전거에도 시마노 부품이 장착되는 시대이다. 시마노는 어느덧 자전거 부품의 제왕이 된 것. 지금은 왕 대접 받는 시마노이지만, 한때는 동네 철공소에 불과했다면 믿겠는가. 철공소에서 거대 기업이 되기까지의 노하우가 담긴 『시마노 이야기』속으로 빠져 봅시다!
마케팅 불변의 법칙 ‘실전편’
마케팅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마케팅의 고전 격인 『마케팅 불변의 법칙』이라는 책에 대해 들어봤을 것이다. 나 역시 그 책을 읽고 감동했던 순간을 잊지 못한다. 진리를 발견한 듯, 세상이 내것 같았던 기분이 들었달까. 그렇다고 해서 실전에서 빵빵 터트렸다고는 말하지 못하겠다. (^^) 마케팅 불변의 법칙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시마노 이야기』에서는 시마노라는 한 기업을 사례로 그 법칙 혹은 수완들을 들려준다. 그것도 책 한 권 값으로 말이다. 시마노를 움직이게 했던 동력에는 좋은 경쟁자가 있었고, 오직 자전거만 생각하는 집념 강한 직원이 있었고, 쿨하게 외국에 나가 몇 달이고 놀고 오라는 사장이 있었고, 자전거를 타던 사람에게 자전거를 만들게 하는 발상의 전환이 있었고, 누구도 들어보지 못한 것을 만들어내는 창의력이 있었다. 이 책을 읽다 보면 시마노라는 기업이 마케팅의 거의 모든 법칙을 담고 있다는 것에 동의하게 될 것이다.
시마노를 만든 건 ‘신념’
‘시마노가 없으면 세계 자전거 8할은 없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시마노의 위상은 높디 높다. 동네 철공소로 시작한 시마노가 자전거 업계 1위가 되기까지의 과정을 보고 있노라면 시간의 위력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시간만으로 이룬 성과는 아니다. 시마노를 이끌고 밀고 끌고 간 이들의 노력과 땀과 열정이 없었다면 오늘의 시마노는 없었을 것이다. 시마노가 자전거 업계를 선도할 때, 시마노 역시 위기를 겪기도 했었다. 또한 경쟁 기업과 엎치락뒤치락 하며 싸움 아닌 싸움을 하기도 했다. 이런 과정에서도 초심을 잃지 않고, 아니 어쩌면 초심보다 더한 의지로 견뎠고, 끊임없이 새로운 것에 도전했다. 자전거에 더 적합한 것, 자전거에 더 가까운 것, 자전거와 완벽하게 조화를 이룰 수 있는 부품을 만들어내겠다는 신념이 지금 시마노의 역사를 만들어낸 게 아닌가 싶다.
시마노에서 시작된 ‘제품’
시마노의 도전은 계속된다.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멈추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캄파놀로가 자전거 업계를 주름잡던 시절에도 시마노는 급하게 굴지 않았다. 유럽 레이스 현장에서 선수들과 직접 부딪치며 배우고, 유럽의 다양한 모델을 바탕으로 천천히 연구하고 개발한다. 그렇게 오랜 시간 공들여 나온 부품은 듀라에이스였다. 이때부터 유럽의 대회에 시마노 제품이 서서히 장착되기 시작한다. 이름하여 유럽 진출. ^^ SIS와 STI 기능을 탑재한 컴포넌트를 구축했고, 냉간단조기술로 프레임의 강성을 높였다. 전용 부품이 없었던 MTB에 시마노 데오레라는 투어링용 부품을 개발해 장착토록 했다(MTB 사업은 시마노가 도약하는 발판을 마련하기도 한다). 제동력이 좋지 않은 브레이크 때문에 사고가 비일비재했는데, 제동력이 일품인 V 브레이크를 개발한다. 물론 캄파놀로에 비해 세련된 디자인을 선보이지 못한다는 약점을 가지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술력 만큼은 혀를 내두를 정도이다. 그리고 디자인 역시 점점 진보하고 있다.
시마노의 ‘사람들’
책을 다 읽고나니 시마노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꼭 친구인 것처럼 느껴진다.(자전거를 사랑하는 동지와 같은 느낌에서) 어떤 사람은 지금 당장 만나보고 싶은 생각마저 드니, 이를 어쩐다. ㅋ 시마노의 주축이 되었던 쇼조, 게이조, 요시조는 형제이지만 스타일이 무척 달랐다. 달랐던 만큼 각각 다른 영역에서 장점이 부각되었고, 그것은 성과로 이어졌다. 밑에서 열심히 일해준 사람들의 공 역시 컸다. 냉간단조 기술을 개발한 마쓰모토 슈조, 유럽 현장의 목소리를 생생하게 들려준 나카무라, 세계적인 선수들에게 시마노 제품을 홍보하러 다녔던 진보 마사유키, SIS 프로젝트를 맡은, 한때는 일본 단거리 사이클의 명선수였던 조, HG 기어를 만들어낸 나카무라 야스시 등등.
시마노가 부품의 기능을 중요하게 생각하며 개발에 열을 올릴 당시 업계에서는 자전거의 기능보다는 라이더의 실력이 중요하다는 의견이 주를 이뤘었다. 기능이 형편없어도 기술적으로 잘 타는 것이 곧 라이더의 실력이라 믿었기 때문에 자전거는 아무려면 어떠냐는 의미 되겠다. 하지만 시마노는 기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고, 주장을 뒷받침하듯 새로운 기술을 접목한 부품들을 생산해내기 시작한다. 자전거가 선수들의 전유물이 아닌 이상, 일반인들이 선수들처럼 자전거를 탈 수는 없다는 것이 시마노의 생각이었고, 지금은 사람들이 보란듯이 시마노 부품이 장착된 자전거를 타고 다닌다. 즉, 시마노가 자전거의 대중화 중심에 있었다는 의미도 되겠다. 자전거를 좋아하는 한 사람으로서 시마노의 집념과 열정에 박수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