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한해 화제가 되었던 책, 『시작은 브롬톤』을 이제 봤습니다. 많이들 읽으셨죠? ^^ 소문과 같이 아기자기하고, 브롬톤에 대한 기본 정보가 들어 있어 브롬톤 입문을 부추길 거라 예상됩니다. 기존 브롬톤 유저도 다양한 활용에 대해 고민하실 것 같고 말이죠~ 



표지입니다. 사이즈도 앙증맞아서 가지고 다니기에도 좋겠습니다. 



브롬톤 개발자 앤드류 리치의 추천사가 있습니다. 와우~ "브롬톤을 타든 타지 않든"이라는 문구에서 개발자의 마음이 느껴지네요. 그에겐 브롬톤이 행복한 삶을 돕는 무언가가 되길 바라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디에 놓아도 멋있는 브롬톤~ 책을 통해 다양한 컬러와 튜닝의 가지각색 브롬톤을 보실 수 있습니다. 



이 사람은 영국 브롬톤 아시아 태평양 마케팅 총괄인 '퀸턴 플린저'라는 사람인데요. 이 사람의 인터뷰가 개인적으로 기억에 남네요. ^^ 영국에서 바라보는 브롬톤 시장에 대한 견해를 엿볼 수 있습니다. 또 나라별 인기 컬러, 기어, 티탄 선호 국가 등에 대한 정보 등 정보도 얻을 수 있습니다. 궁금하세요? 궁금하면................. 500원~ 썰렁 ㅋ 



브롬톤과 함께 고요가 소란으로 바뀌는 그 사이에 서 있는 블리님의 브롬톤 사랑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책이었습니다. 브롬톤으로 시작한 블리님의 앞으로의 세계도 궁금해지네요~ 더욱 많은 추억과 생각을 쌓기를 바랍니다. 다음 책 또한 기대하겠습니다. 





“자전거를 왜 타세요?”라는 질문을 받아 본 경험이 있나요? 저는 무척 생소하게 느껴지네요. 너무 당연하게 느껴지는 거죠. ㅋ; 환경오염 때문에 골치를 썩고 있는 이때, 여가 생활이 필수가 된 이때, 자전거 붐이 일어난 이때, 자전거를 타는 행위 자체는 무척 당연해 보입니다. 운동 삼아, 재미 삼아, 친분 삼아 자전거를 타는 거죠. 자전거가 걸어온 역사에 담긴 사회정치적 함의를 모른다고 해도 전혀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 이런 시점에서 자전거를 타야만 하는 이유를 본질적으로 건드리고 나선 이는 로버트 허스트라는 사람입니다. 오랜 경력의 메신저로 살아온 그는 자전거 관련해서 많은 책을 냈는데요. 국내에 번역된 것은 『시티 라이더』와 『우리가 자전거를 타야 하는 이유』 두 가지입니다. 『시티 라이더』의 경우 도시에서 자전거를 타는 것에 대해 생각하게끔 하는 내용이었는데요. 그때도 여전히 같은 화두(자동차는 지속가능한 교통수단이 될 수 없다. 최선은 자전거다)를 가지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전에는 잠깐 언급하는 데 그쳤다면, 이번 책에서는 아주 집요하게 파고들어갔다는 것이 다르다면 다른 점 되겠네요.

 

 

먼저, 이 책은 미국이라는 무대에서 쓰여졌다는 것을 기억해야 할 것 같습니다. 미국은 유럽과는 상황이 좀 달랐는데요. 오랜 시간 자전거와 밀접한 관계를 맺은 유럽과는 달리, 미국에서는 자전거 붐이 순식간에 사그라들었죠. 그 중심에는 자동차가 있습니다. 자전거보다 빠른 탈것이 나오자 자동차에 올인합니다. 미국답네요. 하하;; 자동차 소비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니 석유 공급에 차질이 생기죠. 석유가 고갈될지도 모른다는 말에 사람들은 자신의 다리를 잃은 것처럼 반응하기도 합니다. 걸을 수도 있고, 자전거를 탈 수도 있는데, 당장 출근을 못할 거라며 호들갑을 떠는 건데요. 게다가 자동차 사용자들이 많다보니 도로는 너무나 혼잡합니다. 자동차로 이동하는 시간보다 정체되어 서 있는 시간이 더 많지요. 자동차라는 공간에 갇혀 DVD를 보거나, 음악을 듣습니다. 어떤 것을 하든 에너지를 소비하는 행위네요. 미국인들은 이 풍요로운 상황이 영원히, 지속 가능하기를 바랍니다. 그래서 석유를 상징하는 에너지가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겁니다.

 

같은 맥락에서 미국은 지금 제2의 아메리카 드림을 꿈꾼다고 합니다. 재생 가능한 에너지 인프라를 구축해서 미국의 전 자동차 군단에 영예롭게 동력을 제공하는 것이, 바로 그 내용입니다. (헐-이죠;) 결국 미국적 생활방식을 그대로 유지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겠다는 거예요. 게다가 그것이 드림(꿈)이라니요. 그래서 갖가지 계획들이 백악관으로 들어가는 모양입니다. 하지만 황당한 정책 투성이라는 것이 저자의 입장입니다. 예를 들어, 수소 연료 전지 개발 계획이라는 것이 있는데요. 물에서 수소를 빼내서 이걸로 연료 전지를 만들어 자동차에 동력을 공급한다는 겁니다. 하지만 차에 전기를 직접 충전하면 수소 전기를 만들기 위해 쓰이는 에너지의 반에 반에 반만 있으면 된다는 겁니다. 에너지를 줄인다는 명목 하에 더 많은 에너지를 사용하는 꼴인 건데요. 굉장히 황당한 것처럼 보이지만, 우리 인류는 이렇게 살아왔습니다. ‘공과 사’를 구별한다는 말, 많이 들어봤던 얘기죠. 사실 공적인 것이라 하면, 전체적이고 조직적이고 합리적이면서 공정한 느낌이 들죠. 반면 사적이라 하면 지극히 개인적이고 이기적이고 제멋대로일 것 같구요. 그래서 개인의 일보다 국가의 일에 믿음을 갖는 거겠죠. 하지만, 국가가 하는 일들도 뭐, 다르지 않습니다. 대충 오늘을 수습하며 사는 것 같습니다.  

 

홀륭한 내용이긴 하지만, 개인적으로 좀 거슬리는 면도 있었습니다. 이 책은 자동차를 상대로 전투를 치루는 느낌이 있는데요. 이것에 너무 집중한 나머지 자기 논리에 빠져버린 게 아닌가 싶습니다. 이를테면 이런 건데요. 저자가 하고 싶은 말은 ‘자동차는 석유 고갈로 인해 장기적인 교통수단이 될 수 없다. 그러니, 우리는 탈것으로 가장 효율적인 자전거를 선택해야 한다.’입니다. 이 두 문장으로 요약되는 내용을 위해 책 한 권을 쓴 셈이거든요. 물론, 그 집중력에는 박수를 치지만, 동어반복을 하는 것 같기도 하고요. 읽는 내내 지치는 감이 없지 않더군요. 두 번째로 거슬리는 것은 다름 아닌 자전거 예찬론입니다. (자전거 業 종사자로써 기분 나빠할 이유는 없지만요;;) 저자는 ‘걷기’라는 행위를 비효율적이라고 치부해 버리는데요. 걷기라는 것이 자전거에 비해 운동 효과가 떨어질 수는 있겠지만, 그 나름의 의미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죠. 편협한 사고라고 보여집니다. 무엇보다 이렇게 판단한 근거는 바로 ‘속도’인데요. 빨라야 한다는 것을 전제하기 때문에 ‘걷기’는 평가절하됩니다. 선뜻 동의가 되지 않는 부분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전거를 타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읽어보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자전거 관련 책들은 어떤 측면에서는, 조금 천편일률적이었습니다. 자전거 여행을 주제로 하거나, 정비에 대한 기술적인 부분을 다루거나, 자전거의 역사나 종류에 대해 다루었지요. 하지만, 이 책은 하나의 주제(이를테면, 컨셉)를 정해서, 밀고나갑니다. 이것을 말하기 위해 다양한 역사적 사실과 논리를 가져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일관된 맥락에서의 정보를 얻을 수 있고, 통일된 견해를 엿볼 수 있습니다. 대단한 내공의 소유자일 거라 짐작이 됩니다.

 

 

 

 

『아메리카 자전거 여행』 같은 책을 다시 만날 수 있을까 싶었다. 이후 많은 자전거 여행 도서를 접했지만 이를 넘어서는 감동을 느끼지는 못했다. 그래도 『일본 열도 7000km 자전거로 여행하다』와『자전거 다큐 여행』은 오랜 여운이 남았다. (아직 읽지 못했다면 일독을 권한다. ^^) 이처럼 ‘큰’ 깨달음은 없어도『자전거로 얼음 위를 건너는 법』은 내게 특별하다. 특별한 이유는, 이 어마어마한 여행을 끝낸 영국인 롭 릴월이 너무도 평범한 사람이기에 그렇다. 지리교사로 일을 하다가 친구 앨의 제안으로 시베리아 여행을 하게 된 롭은 여행 내내 친구에게 민폐를 끼쳐 시베리아 여행이 끝난 이후에는 이별(여행을 위한 이별)을 제안받게 된다. 속도가 맞지 않고 스타일이 다르다보니, 말하자면 상대의 숨소리도 듣기 싫어진 것. 이것이 꼭 나쁘게 받아들여지지는 않는다. 이들은 헤어져 각자 여행을 하는 내내 연락을 하고 도움을 주고 받았으며, 여행 이후에도 쭉 친구이기 때문이다. 여행을 함께 시작했으니 끝도 함께 해야 해. 이게 더 폭력적이다. (^^;) 게다가 앨에게 의존적이기만 했던 롭은 혼자가 되자 무척 용감해졌다.

 

 

모두가 불가능하다 말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앨과 롭은 어린 시절부터 친구였다. 함께 자전거로 단거리 여행을 하기도 했다. 어릴 때 제안을 한 것은 롭이었지만 정작 본격적인 자전거 여행을 떠난 것은 앨이었다. 앨은 세계의 거대한 땅덩어리 세 개를 남북으로 끝에서 끝까지 일주하고 있었는데, 남은 것은 북아메리카와 아시아였다. 아시아 여행의 뻔한 출발지 대신 시베리아 마가단에서 아시아 일주를 시작하는데, 롭에게 함께 달리자 제안을 한 것. 말 안 듣는 학생들과 씨름을 하며 하루가 끝났다는 생각에 안도감을 느끼는 일상이 지루하던 차에 롭은 그 제안을 수락하게 된다. 그렇게 시작된 여행은 많은 우여곡절을 남겼다. 여행으로 다져진 건강한 앨과 그렇지 못한 롭이 영하 40도를 왔다갔다 하는 시베리아에서의 여행이 녹록했겠는가. 그럼에도 앨은 불평없이 롭을 기다려주고, 어려움이 있을 때마다 해결사가 되어 준다.  

 

그들이 여행을 시작한다고 했을 때 현지에 있는 사람들조차 불가능한 일이라고 말렸다. 얼어죽고 말거라는 것. 하지만 그들은 ‘불가능’이라는 단어에 어퍼컷을 날렸다. 우리 역시 일상에서 얼마나 많은 불가능과 만나고 있는가. 하지만, 생명을 건 불가능에도 가능성이 존재하는 것을 보면, 우리는 너무 쉽게 좌절하고 포기하는 것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여행은 사람을 성숙하게 만든다?
배낭여행자 숙소에서 나는 덩굴이 그늘을 드리운 뜰에 앉아 배낭 여행자들 사이에 오가는 대화에 귀를 기울였다. 한 미국인은 자기가 얼마나 영웅적인 여행을 했으며 어떤 위험과 맞닥뜨렸는지 큰 소리로 말했다. 대여섯 개 나라에서 온 사람들이 편안히 둘러앉아 자기들의 모험에 대해 점잖게 자랑했다. 나는 대화에 귀를 기울일 뿐 말은 별로 하지 않았다. 그 사람들한테 자랑한 것이 전혀 없었다. 길이 나를 겸손하게 만들어준 덕분이었다. - by 앨 험프리

 

앨이 나중에 쓴 책 중의 내용이다.(앨은 여행 후 2권의 책을 출판했다고 한다) 앨은 말로써 스스로를 증명해야 한다는 부담을 벗고 평정을 찾았다. 어쩌면 앨은 진짜 어른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여기서 재미있는 것은 이런 앨을 부러워하고 닮고 싶어하면서도 롭은 사람들 사이에서 스스로의 여행담을 말하지 않고는 못 배긴다는 점이다. (크크) “나는 아프가니스탄에서…”, “나는 아프가니스탄에서 이런 일까지 당했어”라며-  여행을 하는 동안 분명 마음이 한 뼘 정도는 크지 않을까 생각한다. 상상을 초월하는 가난에 허덕이는 사람들을 만나고, 이를 돕기 위해 오지에서 고군분투하는 봉사자들을 만나고, 여행 중 어려움을 겪을 때마다 손을 내밀어주는 사람들을 만나면서 ‘세상은 내가 생각했던 이상으로 아름다운 곳이구나’ 혹은 ‘사람만이 희망이다’라는 것을 느끼지 않겠는가. 그럼에도 자신의 여행을 영웅담처럼 꾸며 자랑하고 싶은 그런 마음은 여전히 존재한다는 것이 재미있다.

 

사랑의 힘으로 달렸다?
롭은 여행을 하던 중에 크리스틴이라는 여성을 만난다. 여행을 하다보면 “이렇게 힘든 자전거 여행을 왜 하는 겁니까?”라는 질문을 수없이 받게 된다. 롭은 이런 질문을 위해 의례적인 대답을 만들어놓았다. 이를테면 "세상에 대해 배우고 나 자신을 시험하고 싶어서요"와 같은 대답 말이다. 그런데 크리스틴에게는 진짜 속마음을 말한다. 내가 왜 여행을 하는지 모르겠다. 그냥 하고 있을 뿐이라는 없어 보이는 대답을 하고 만다. ㅋ 그렇게 사랑은 시작된다. 앨과의 이별 후에 크리스틴을 만나고 일종의 에너지 같은 것을 얻게 된다. 기운이 빠질 때도 크리스틴을 생각하며 힘을 내고, 잠들기 전에 일기와 함께 편지를 쓰면서 위로를 받는다. 크리스틴은 가끔 롭의 여행지로 찾아와 응원을 하기도 한다. 만약 크리스틴이 없었다면 롭의 여행은 좀 싱거웠을지도 모르겠다. 이들의 로맨스 스토리가 약방의 감초처럼 달콤했다. (여행 이후 3년 정도의 연애 끝에 결혼을 한 듯하다) 사랑이 전부는 아니겠지만, 큰 힘이 되었던 것은 부인할 수 없겠다.

 

 

롭의 여행은 3년이 걸려서야 끝났다. 시베리아 마가단에서 출발해 영국까지 28개국 5만여 킬로미터에 이르는 거리를 자전거로 달린 것. 21개 언어의 인사법을 배웠고, 그에게 200명의 사람이 잠자리를 제공했으며, 70회의 강연으로 돈을 벌었고, 23,000파운드를 자선을 위해 모금을 했다. 여행 중에 앨이 있었고, 크리스틴이 있었고, 옛 친구와 가족, 길 위의 친구들이 있었지만, 이 모든 것은 앨라니스라 불리는 자전거와 함께였다. 자전거 하나로 이뤄낸 기적처럼 느껴진다.

 

이 책을 더 재미있게 만드는 것은 롭의 시선으로 말하는 각 나라에 얽힌 역사적 스토리다. 그는 책을 읽다가 잠들곤 하는데, 자신이 여행할 곳에 대한 공부 같은 걸 한다고 보면 된다. 그리고 자신이 직접 느끼게 되는 것과 연결시켜 말하는데, 그 내용은 여행지를 이해하는데 도움을 준다. 그 시선이 다 옳지는 않다고 해도- 참고로, 그는 한국에도 방문했다. (^^)

 

이 책은 나에게 있어, 여행을 부추기는 책은 아니다. 보고 듣는 것만으로도 험난해서, 사실 엄두가 나지 않는다. 생명을 위협하는 아프가니스탄을 과연 지나갈 수 있을까, 영하 40도를 견디며 자전거를 탈 수 있을까, 고도 5000m의 고갯길 10개를 계속해서 오르내릴 수 있을까, 세상에서 가장 살기 힘든 도시라 불리는 파푸아뉴기니를 방문할 수 있을까하는 의문이 끊임없이 되풀이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쨌든 희망은 보인다. 평범한 교사가 별 준비 없이 떠난 여행이었음에도 여행은 가능했다. 어쩌면 대단한 걸 준비하고, 다짐하고, 계획해야 여행이 성사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그냥, 떠나고 보면 된다. 그런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 같다. 이 책은.     

 

 

저 밑에 살짝 보이는 것이 롭이다. 누더기 옷에 덥수룩한 수염- 게다가 너무 마르셨다. 그래도 근육질일 거다. 틀림없이- ㅋ 새로 만든 명함을 책갈피로 사용하고 있다. 이번 명함이 좀 마음에 들어서, 기록으로 남기고 싶어 찍어봤다. (^^)

 

 

 

 

자전거 관련 책만 나오면 촉수가 곤두서곤 하는데, 이번에는 가격이 좀 세다. ㅋ 양장본에 두껍고 비싸 보이는 종이(정확한 용어를 알면 좋으련만^^)에 올컬러! 재산이다 생각하고 보유키로 한다. 뭐, 말 그대로 제목에 유혹된 듯!

이 책은 독일의 자전거 애호가인 미하엘 엠바허가 자신이 보유한 자전거를 소개한 책이다. 그는 자전거 마니아들이 인정하는 세계 최고의 자전거 전문 수집가라고 하는데, 그렇게 불릴만하다. 경제적 여유는 둘째 치고, 자전거에 대한 애정이 없다면 가능했겠는가 싶다. 그는 자전거를 일일이 타 보고 이에 대한 감상을 적었는데, 무척 솔직하다. 호평도, 혹평도 있는 걸 보면 말이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글 솜씨가 좀 더 훌륭했더라면, 전문적인 내용이 좀 더 풍성했더라면, 하는 거다. 사진은 손색이 없어 보이나, 맨 끝장을 넘길 때 아쉬움이 남는다. 뭔가 덜 본 듯한 느낌이랄까!



애니웨이! ‘빈티지에서 하이테크까지, 세기의 자전거들을 한 권에 모으다’는 슬로건처럼 이 책에서는 100여 종의 다양한 자전거를 만날 수 있다. 경주, 산악, 투어링, 접이식, 도시형, 아동 등 용도에 따라, 혹은 프랑스, 미국, 영국 등 나라에 따라 골라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개인적으로 책을 더 재미있게 보는 방법을 제시하고 싶은데, 그것은 바로 분류의 방법을 달리하는 것이다. 산악, 경주, 도시형이 아니라 미국, 프랑스가 아니라 부품에 주목하는 것이다. (어떤 측면에서는 일맥상통하겠지만^^;) 변속, 브레이크, 서스펜션, 프레임 디자인 등 각각의 특성에 주목하여 보면 훨씬 더 재미있게 느껴진다.

제목을 유심히 살펴보자. 질문에 답이 있다는 말이 있는데, 여기서는 제목에 답이 있다. 이를테면 ‘두 바퀴로 구동한다’나 ‘서스펜션의 혁명’, ‘편안함으로 앞서 나가다’, ‘전기를 이용한 변속’, ‘바람이 탄생시킨 핸들바’ 등등 제목에서 해당 자전거의 특징을 읽어낼 수 있다.



시클 이롱델 레트로 디렉트는 1925년 프랑스에서 생산됐다. 이 자전거의 특징은 페달을 이용해 변속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평지에서는 앞으로 페달링을 하다가, 오르막 길에서는 페달을 반대로 돌리면 된다. 그러면 뫼비우스 띠처럼 생긴 것이 체인의 방향을 바꾸어 기어가 옮겨진다. 와우~




가랭은 1952년 프랑스에서 생산됐다. 여행용 자전거인 가랭은 브레이크가 없는데, 경첨이 달린 핸들바를 한번에 앞으로 밀면 제동이 된다. 제동을 하는 동안은 핸들링을 할 수 없다는 게 안습이지만- ㅋ



AFA 역시 1954년 프랑스에서 만들었다. 당시 유럽, 유럽 중에서도 프랑스가 강세였다는 것을 빈도수에서도 알 수 있다. AFA는 우리가 아는 것과는 다른 서스펜션을 적용했다. 유리섬유로 만든 둥근 모양의 스프링을 프레임에 끼워 서스펜션 구조를 만든 것. 그럼에도 그 효과가 탁월하지는 않았다는. ^^




1996년 오스트리아에서 만든 스바루 2WD 듀얼 파워는 두 바퀴로 구동한다. 현재 시중의 자전거는 후륜구동이다. 스바루는 앞바퀴에 톱니가 달린 벨트를 연결해 동시에 움직이게 한 것이다. 이것으로 이륜구동 특허를 냈다고 한다.



1988년 이탈리아는 C-4를 출시하면서 절제의 미학을 보였다. 시트튜브를 생략해 버린 것. 시트튜브를 뺀 대신 포크를 통해 충격을 흡수하도록 했고, 핸들스템에 추가로 서스펜션을 장착해 안정감을 주었다.



1991년 슬링샷을 개발한 것은 미국이다. 슬링샷은 마크가 다운튜브가 부러진 오토바이를 타고 가다가 힌트를 얻어 탄생된 작품이다. 다운튜브가 부러졌을 때 더 안락함을 느낀 마크는 유리섬유를 이용한 톱 튜브 한 개에 스프링이 달린 강철 케이블 하나를 다운 튜브로 대체한 것. 특이하다~



1993년 미국에서는 지금 막 유행하는 전기변속을 적용한 케스트럴 200sci를 출시했다. 잽마빅 시스템의 전기 변속기를 사용해 뒷바퀴 변속을 전기를 이용한 것. 지금은 시마노와 캄파가 그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



1978년 프랑스에서는 아름다운 프레임을 가진 사블리에르를 생산했다. 곡선미가 흐르는 아름다움, 칠을 입히지 않은, 매끄럽게 흐르는 튜브의 아름다움이 돋보인다.



1984년 일본, 3렌쇼 슈퍼  레코드 엑스포트를 출시했다. 일본 프레임 제작자 중 단연 최고라 꼽을 수 있는 요시 고노는 공기 역학을 강조해왔고, 이를 위한 자전거를 생산해내는데만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 고수 중의 고수로군.



1963년 이탈리아에서는 폴딩자전거인 T8C 포켓 비치를 출시했다. 접어서 간편하게 옮길 수 있는 것이 특징인 이 자전거는 접어놓으면 조각품처럼 보이기도 하는 예술성까지 겸비했지만, 뒤틀림에 약하다는 치명적 약점을 안고 있다.



이 많고 많은 자전거 중에 내가 타는 브롬톤도 한 자리하고 있어 좀 기뻤다. 치넬리, 마지, 콜나고, 비앙키, 버디, 스트라이다, 알렉스 몰튼 등 친숙한 브랜드도 있으니 너무 고루하다는 생각만 하지 말아주시길~ 취향의 차이겠지만, 지나간 것을 보면 더 관심이 가고, 정이 생긴다. 화보집 보듯 두고두고 보면 좋을 것 같다.

‘자전거’ 옆에 ‘시마노’를 붙여 놓아도 전혀 어색하지 않다. 이유는 시마노가 빠진 자전거는 왠지 상상이 되지 않기 때문인데, 이는 현실이기도 하다. 이제는 바야흐로 로드바이크, MTB 뿐만 아니라 생활자전거에도 시마노 부품이 장착되는 시대이다. 시마노는 어느덧 자전거 부품의 제왕이 된 것. 지금은 왕 대접 받는 시마노이지만, 한때는 동네 철공소에 불과했다면 믿겠는가. 철공소에서 거대 기업이 되기까지의 노하우가 담긴 『시마노 이야기』속으로 빠져 봅시다!

마케팅 불변의 법칙 ‘실전편’

마케팅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마케팅의 고전 격인 『마케팅 불변의 법칙』이라는 책에 대해 들어봤을 것이다. 나 역시 그 책을 읽고 감동했던 순간을 잊지 못한다. 진리를 발견한 듯, 세상이 내것 같았던 기분이 들었달까. 그렇다고 해서 실전에서 빵빵 터트렸다고는 말하지 못하겠다. (^^) 마케팅 불변의 법칙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시마노 이야기』에서는 시마노라는 한 기업을 사례로 그 법칙 혹은 수완들을 들려준다. 그것도 책 한 권 값으로 말이다. 시마노를 움직이게 했던 동력에는 좋은 경쟁자가 있었고, 오직 자전거만 생각하는 집념 강한 직원이 있었고, 쿨하게 외국에 나가 몇 달이고 놀고 오라는 사장이 있었고, 자전거를 타던 사람에게 자전거를 만들게 하는 발상의 전환이 있었고, 누구도 들어보지 못한 것을 만들어내는 창의력이 있었다. 이 책을 읽다 보면 시마노라는 기업이 마케팅의 거의 모든 법칙을 담고 있다는 것에 동의하게 될 것이다.

 
  


시마노를 만든 건 ‘신념’
‘시마노가 없으면 세계 자전거 8할은 없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시마노의 위상은 높디 높다. 동네 철공소로 시작한 시마노가 자전거 업계 1위가 되기까지의 과정을 보고 있노라면 시간의 위력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시간만으로 이룬 성과는 아니다. 시마노를 이끌고 밀고 끌고 간 이들의 노력과 땀과 열정이 없었다면 오늘의 시마노는 없었을 것이다. 시마노가 자전거 업계를 선도할 때, 시마노 역시 위기를 겪기도 했었다. 또한 경쟁 기업과 엎치락뒤치락 하며 싸움 아닌 싸움을 하기도 했다. 이런 과정에서도 초심을 잃지 않고, 아니 어쩌면 초심보다 더한 의지로 견뎠고, 끊임없이 새로운 것에 도전했다. 자전거에 더 적합한 것, 자전거에 더 가까운 것, 자전거와 완벽하게 조화를 이룰 수 있는 부품을 만들어내겠다는 신념이 지금 시마노의 역사를 만들어낸 게 아닌가 싶다.

시마노에서 시작된 ‘제품’

시마노의 도전은 계속된다.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멈추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캄파놀로가 자전거 업계를 주름잡던 시절에도 시마노는 급하게 굴지 않았다. 유럽 레이스 현장에서 선수들과 직접 부딪치며 배우고, 유럽의 다양한 모델을 바탕으로 천천히 연구하고 개발한다. 그렇게 오랜 시간 공들여 나온 부품은 듀라에이스였다. 이때부터 유럽의 대회에 시마노 제품이 서서히 장착되기 시작한다. 이름하여 유럽 진출. ^^ SIS와 STI 기능을 탑재한 컴포넌트를 구축했고, 냉간단조기술로 프레임의 강성을 높였다. 전용 부품이 없었던 MTB에 시마노 데오레라는 투어링용 부품을 개발해 장착토록 했다(MTB 사업은 시마노가 도약하는 발판을 마련하기도 한다). 제동력이 좋지 않은 브레이크 때문에 사고가 비일비재했는데, 제동력이 일품인 V 브레이크를 개발한다. 물론 캄파놀로에 비해 세련된 디자인을 선보이지 못한다는 약점을 가지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술력 만큼은 혀를 내두를 정도이다. 그리고 디자인 역시 점점 진보하고 있다.

시마노의 ‘사람들’

책을 다 읽고나니 시마노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꼭 친구인 것처럼 느껴진다.(자전거를 사랑하는 동지와 같은 느낌에서) 어떤 사람은 지금 당장 만나보고 싶은 생각마저 드니, 이를 어쩐다. ㅋ 시마노의 주축이 되었던 쇼조, 게이조, 요시조는 형제이지만 스타일이 무척 달랐다. 달랐던 만큼 각각 다른 영역에서 장점이 부각되었고, 그것은 성과로 이어졌다. 밑에서 열심히 일해준 사람들의 공 역시 컸다. 냉간단조 기술을 개발한 마쓰모토 슈조, 유럽 현장의 목소리를 생생하게 들려준 나카무라, 세계적인 선수들에게 시마노 제품을 홍보하러 다녔던 진보 마사유키, SIS 프로젝트를 맡은, 한때는 일본 단거리 사이클의 명선수였던 조,  HG 기어를 만들어낸 나카무라 야스시 등등.

시마노가 부품의 기능을 중요하게 생각하며 개발에 열을 올릴 당시 업계에서는 자전거의 기능보다는 라이더의 실력이 중요하다는 의견이 주를 이뤘었다. 기능이 형편없어도 기술적으로 잘 타는 것이 곧 라이더의 실력이라 믿었기 때문에 자전거는 아무려면 어떠냐는 의미 되겠다. 하지만 시마노는 기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고, 주장을 뒷받침하듯 새로운 기술을 접목한 부품들을 생산해내기 시작한다. 자전거가 선수들의 전유물이 아닌 이상, 일반인들이 선수들처럼 자전거를 탈 수는 없다는 것이 시마노의 생각이었고, 지금은 사람들이 보란듯이 시마노 부품이 장착된 자전거를 타고 다닌다. 즉, 시마노가 자전거의 대중화 중심에 있었다는 의미도 되겠다. 자전거를 좋아하는 한 사람으로서 시마노의 집념과 열정에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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