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자전거 책

로드레이스 만화의 결정판 『오버 드라이브』

by Dreambike 2011. 5. 24.

자전거를 좋아하다보니 자전거에서 파생되는 모든 것을 좋아하게 된다. 그중 최우선은 책! 아쉬운 것은 관련도서가 많지 않다는 것인데, 만화도 손에 꼽을 정도이다. 게다가 다양성이 부족하다는 결정적 약점까지 가지고 있다. 전 국민이 즐긴다는 ‘야구’는 실로 그 다양성이 경이로운 수준에 이른다고 할 수 있다. 만화(실시간 카툰을 그리는 분도 있을 정도이니), 소설, 야구의 역사, 마케팅, 사전, 이론서 등등. 자전거에게도 그런 찬란한 시절이 오겠지! ^^ 

『내 마음 속의 자전거』 이후로 마음에 쏙 드는 만화를 발견하지 못하다가, 간만에 보석 같은 만화책을 만났다. 처음에는 좀 지루하다 생각했는데, 3권 정도 지나자 신이 나기 시작했다. 신이 난다는 것에 대한 설명이 필요할 것 같은데(뭐, 궁금하지 않을 수도 있긴 하겠다;;) 개인적으로 신이 나는 것은 흥미로운 스토리 외에 ‘무언가’가 있을 때이다. 『오버 드라이브』가 그렇다.

 


주연보다 빛나는 조연들의 잔치
주인공 미코토는 왕따였다. 힘센 선배와 동료들의 점심을 사다 나르면서도 구박받는 인물. 아, 우울한 캐릭터~ 짝사랑했던 유키를 통해 자전거부에 들어가게 되는데 그곳에서 테라오, 요스케, 타케시를 만나게 된다. 조용하면서 냉철하고 정확한 테라오, 자전거에 관련된 모든 정보를 노면에서 순간적으로 읽어내는 쿠션같은 다리를 가진 천재 요스케, 불꽃과 같은 열정을 가진 최고의 클라이머 타케시. 사실 주인공 미코토보다 이들은 보는 재미가 더 쏠쏠했다는~ 경기마다 등장하는 나오토, 요시토, 다이치 등도 히스토리와 캐릭터가 확실해 인물에 대한 몰입도가 강하다. 모든 인물에 공을 들인 작가의 섬세함이 돋보이는 대목이다. 

작가가 사랑한 선수, 타케시
참고로 작가는 타케시에 강한 애착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주인공을 타케시로 하고 싶을 정도였다고. 그래서일까? 연재중 인기투표를 했는데, ‘타케시’가 당당히 1위를 차지했었다. 만화책에서 그 결과를 확인할 수 있다. 작가가 연재하는 3년 동안 다양한 시도들을 했던 모양이다.

로드레이스에 관련된 많은 지식 총출동
자전거 세계에 입문하면서 희망사항이 하나 생겼다. 언젠가 ‘트루 드 프랑스’를 구경하리라. 프랑스에서. ^^ 언젠가부터 트루 드 프랑스는 모든 이들의 로망이 되어버렸다. 오버 드라이브에 나오는 인물들의 최종 목표 역시 유럽 진출, 즉 트루 드 프랑스에 참가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로드레이스에 대한 다양한 지식이 등장한다. 경기운영방식, 전략과 기술, 훈련방식, 각질별 스타일, 음식 섭취 등이 만화에 자연스럽게 녹아있다. 만화를 보고 나면, 어느 정도 감을 잡을 수 있을 듯.

 
 


식인의 이미지까지 겸비
위에서 스토리 외에 다른 ‘무언가’ 때문에 읽는 내내 신이 났다고 했는데, 그 무언가는 바로 이들이 겪는 성장통이다. 이들은 다양한 이유로 자전거를 탄다. 맹목적으로 우승을 쫓아 자전거를 타는 이도 있고, 여자 때문에, 자신을 버린 아빠에 대한 복수 때문에, 친구 때문에, 불우한 과거에 대한 복수심 때문에 타는 이들도 있다. ‘나는 왜 자전거를 타는가’라는 질문을 통해 한 발 앞으로 나아가는 모습을 그려낸다. 우리는 모두 성장통을 겪는다. 성장통이 아동-청소년기에서 어른으로 가는 길목에서 만나는 것으로 제한하는 것은 우습다. 나이가 들어도 성장통은 늘 따라다닌다. 이들의 아픈 고민들은 자극이 되어 돌아온다.

단점은 급하고 뻔한 마무리
개인적으로, 창작활동을 하는 이들에게 바라는 제일 순위가 해피엔드에 대한 로망을 버렸으면 하는 것이다. 쉽지 않을 것이다. 대중들의 해피엔드에 대한 바람은 상상을 초월하니까. 하지만 모든 만화와 소설이 한결같은 기승전결을 가진다면 좀 시시하다. 로드레이스가 아닐 수도 있고, 자전거를 못 타던 애가 자전거를 잘 타게 되는 똑같은 히스토리가 아니여도 된다. 뻔하지 않은 히스토리의 주인공과 다른 소재로 태어날 차기작을 기대하는 이유다.

몰입이 힘든 연애 스토리
‘사랑’ 이야기는 단골 손님이다. 연애 이야기라고 해서 무조건 싫은 건 아니다. 『내 마음 속의 자전거』에서 다룬 러브 스토리는 흥미로웠다. 자전거와 매치되는 게 실로 흥미로웠던 것. 하지만 로드레이스를 다루는 만화에 등장하는 사랑 이야기는 늘 똑같다. 자전거포의 딸이거나 자전거 레이서의 동생(혹은 딸)이거나 한 여주인공이 자전거를 못타는 남주인공의 가능성을 발견하고 서포트하다가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게 된다는 뭐 그렇고 그런 이야기. 이젠 그만 보고 싶다. 그냥 여자도 자전거 타면 안 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