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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 책에는 글쓰는 방법이 없다?!
글쓰는 것에 관심이 많다. 소설을 쓰고 싶기도 하다. ‘이거다’ 싶은 소설을 만났을 때 이야기이지만. 그렇게 한 소설에 꽂히면 자연스럽게 글쓰기 책을 찾아 읽게 된다. 소설로 가는 지름길 혹은 글쓰는 기술을 전수해 줄 것 같은 기대 때문일 거다. 지금까지 그랬듯 당연히, 도움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영 퍼센트라고는 말 못하겠다. 간혹 도움을 받기도 한다. 문장을 만들 때 ‘그건 너무 상투적이잖아?’라면서 코치를 하기도 하고,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아 머리를 뜯고 있으면 ‘산책이라도 하는 게 어때?’라며 뻔한 조언을 하기도 하니까. 뭐, 불만은 없다. 내심 그것으로 만족하는 편일 지도 모르겠다. 세상에 한 방에 통하는 ‘비법’이 없다는 것쯤은 알고 있으니까.
그런데 말이다. 예상치 못했던 순간에 머리를 치는, 가슴을 깨우는 경우가 있다. 여느 글쓰기 책처럼 자신의 성공담을 두서없이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진짜’를 말해 주는 사람도 있더란 말이다.
이 책에는 글쓰는 방법이 있다!
『연필로 고래 잡는 글쓰기』는 그 어떤 글쓰기 책보다 가벼워 보이지만, 그 어떤 글쓰기 책보다 명확하고 구체적이다. 이 책은 한 통의 긴 편지를 읽는 기분을 느끼게 한다. 다카하시 겐이치로가 (보기와 다르게) 초등학생 대하듯 쉽게 말하기 때문이리라. 혹은 한 시간짜리 짧은 강의를 듣는 기분인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꽤 명쾌하다. 나는 이 책을 읽고 나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감을 잡았다. 그 유명한, 나를 사로잡았던 무라카미 하루키도 이렇게 시작했구나. 싶은 것이 ‘희망’이 저 멀리 보이는 기분이랄까. (무라카미 하루키 이야기를 조금 하자면- 하루키가 지금과 같은 유명 소설가가 되기 한참 전에, 레이먼드 챈들러라는 작가가 쓴 한 편의 소설을 읽었다고 한다. 정말 훌륭하다고 생각했던 하루키는 그의 글을 붙잡았고, 흉내내기 시작했다. 그렇게 마음에 드는 글을 쫓다보니 자신만의 언어가 만들어졌다고. 하루키가 회고했다고 함^^)
지금까지의 글쓰기 책은 위험했다. 그건 복불복 때문이다. 글쓰기 책의 저자가 권하는 그만의 방식이 나와 통할 수도 있고, 불통할 수도 있다. 이렇게 말하면 확률이 반반인 것 같지만, 사실 통할 확률은 일 퍼센트도 되지 않는다. 그래서 글쓰기 책의 도움을 받는 사례가 별로 없는 것이다. 글쓰기 책에서 권하는 방법을 보면 사실 웃음이 나올 때가 있다. 시골로 들어가 산책을 주로 한다는 작가도 있고, 정리되지 않더라도 쓰고 본다는 작가도 있다. 그건 그만이 찾은, 그만의 방법인데 말이다. 물론 도움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구체성이 떨어진다. ‘뭘 어쩌라는 거야?’'라는 생각이 들 뿐.
『연필로 고래 잡는 글쓰기』에서는 세상의 많은 소재들이 나를 향해 날아올 때 구경만 하지 말고 잡으라고 말한다. 그리고 그것을 보고 또 보고, 흉내내고, 변형하며 자기 것으로 만들라고 한다. 책 속에는 구체적인 사례가 게재되어 있어서 어떻게 흉내내야 하는지 ‘방법’을 찾을 수도 있다. 하지만 핵심은 다른 데 있다. 그는 소설 흉내를 내고 있는 수많은 가짜 소설과 진짜 소설을 구별해내고, 그의 책을 읽는 독자는 진짜 소설을 쓰기를 권한다. 학교에서 가르치는 수많은 지식이 커서 별 소용이 없듯, 소설을 흉내내고 있는 가짜 소설과 그런 소설을 쓰라고 가르치는 스승도 믿지 말라는 것이다. 모든 답은 자기 안에 있다는 것. 모든 소설은 내가 아는 진짜 지식, 진짜 경험으로부터 나와야 한다고 강조한다.
시너지 효과를 내고 싶다면 이 책과 함께
이 책은 어떤 측면에서 글쓰기 기본서이다. 이 책을 읽고 바로 실전에 들어갈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도 있겠지만,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망설이게 되는 사람도 있을 터. 그렇다면 <아티스트웨이>를 지침서로 삼아 실전에 들어가면 될 것 같다. 내가 판단한 바로는 같은 맥락의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게 틀림없다. 자신의 이야기를 찾으라는 것, 기억을 더듬어야 스토리를 만들 수 있다는 것. 그것이 두 책이 입을 모으고 있는 핵심이다. (참고로, 아티스트 웨이는 바로 실천할 수 있도록 주별 과제가 주어지기 때문에 망설일 시간이 없을 거다) 이와 함께 <생각의 탄생>도 권하고 싶다. 생각의 탄생에는 생각을 확장하도록 돕는 다양한 생각 도구들이 제시되어 있다. 적어도 이 책을 읽는다면 세상을 향한 산만한 시선이 모아지는 것을 느끼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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