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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이별도 있구나 <사랑한다, 사랑하지 않는다> 자전거와 책에 빠져 사느라 영화 못 본지 한참 됐다. ‘영화 없이 못 살아’ 정도는 아니어도 앉은 자리에서 세 네 편은 너끈히 볼 정도인데, 살다보니 이렇게 된다. 실로 오랜만에 만난 영화는 . 제목, 배우와 감독(나중에 알았지만 좋아하는 감독이다) 세 박자가 쿵짝 맞아버린 이 영화. 간략한 느낌을 적어본다. 굉장히 느린 이야기라고 들었다. ‘현빈 효과’를 쫓아 영화를 선택했다가는 낭패를 본다는 말이 있을 정도였으니까. 시크릿 가든에서 보여줬던 화끈하면서 성격까지 급한 까칠한 주원은 없다. 관계에 소극적이고 참는 게 차라리 속 편한 어떤 측면에서는 숨 막히는 지석이 있을 뿐. 바람난 유부녀 역할을 한 영신(임수정)이라고 해서 그리 빠르지도 않다. 집을 나가겠다며 짐을 싸는데 짐을 싸고는 있는 건지 도통 ..
청춘이라면 읽어라! / 다자이 오사무의『인간 실격』 저는 오늘 요조라는 한 남자를 만났습니다. 그는 익살을 서비스하며 평생을 살아온 사람이었습니다. 그가 익살을 떨게 된 이유는 인간 세상을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인데, 이해하지는 못해도 그 인간 곁에서 살고 싶어서였습니다. 즉 그의 인생 전체는 오롯이 연기였고, 자신이 만든 극본으로 한 편의 드라마를 찍은 셈이 됩니다. 그런 그도 결말을 예상하지는 못한 걸까요. 말 그대로 그의 결말은 무척 끔찍했습니다. 스물 일곱 살이 되는 동안 세 번의 자살을 시도했는데 죽지 못했습니다. 새치가 머리를 덮고 알코올과 모르핀 중독으로 이가 빠져 겉모습으로만 보면 마흔은 넘어 보입니다. 게다가 외딴 시골에 갇혀 육십이 넘은 할머니와 살면서, 때로는 겁탈을 당하기도 한다니 말 다했습니다. 그는 줄곧 자신이 실격된 인간이라고 생..
무라카미 하루키도 이렇게 시작했다 『연필로 고래 잡는 글쓰기』 글쓰기 책에는 글쓰는 방법이 없다?! 글쓰는 것에 관심이 많다. 소설을 쓰고 싶기도 하다. ‘이거다’ 싶은 소설을 만났을 때 이야기이지만. 그렇게 한 소설에 꽂히면 자연스럽게 글쓰기 책을 찾아 읽게 된다. 소설로 가는 지름길 혹은 글쓰는 기술을 전수해 줄 것 같은 기대 때문일 거다. 지금까지 그랬듯 당연히, 도움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영 퍼센트라고는 말 못하겠다. 간혹 도움을 받기도 한다. 문장을 만들 때 ‘그건 너무 상투적이잖아?’라면서 코치를 하기도 하고,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아 머리를 뜯고 있으면 ‘산책이라도 하는 게 어때?’라며 뻔한 조언을 하기도 하니까. 뭐, 불만은 없다. 내심 그것으로 만족하는 편일 지도 모르겠다. 세상에 한 방에 통하는 ‘비법’이 없다는 것쯤은 알고 있으니까. 그런데 말..
승부 없는 야구는 재미없을까? 『우아하고 감상적인 일본 야구』 열광까지는 아니더라도 야구를 즐겨 보는 사람이라면, 좋아하는 팀 하나 정도는 있을 거다. 야구 시즌이 되면 한두 번은 야구장을 찾거나, 매일 저녁 스포츠 뉴스를 챙겨 보며 이겼는지 졌는지 확인하는 게 일상이 되기도 하고, 친구나 직장 동료들과 “어제 야구 봤어?”라며 인사를 나누기도 할 거다. 그런데 말이다. 우리는 승부 이외의 것에, 응원 이외의 것에 큰 관심을 쏟지 않는다. 그렇다면, 이런 것에 관심을 갖는 팬들도 있을까? 저 타자는 날아오는 야구공 크기가 골프공만 해 보일까, 배구공만 해 보일까? (경력이 쌓일수록 구술만하게 보이던 공의 크기가 골프공, 탁구공, 사과, 배구공, 수박 크기로 커 보인다), 저 타자는 야구공 속도를 제트기처럼 느낄까, 자전거처럼 느낄까?, 저 투수는 슬럼프를 라이프니츠..
브롬톤 인천 놀이 작전 ; 지하철 점프 여행 어릴 때 '여행'은 기차나 자동차를 타고 산이나 바다로 떠나는 거였다. 오랜 시간을 소비해서 도시가 아닌 곳에 가야 여행이라는 이름을 붙여 줬던 것. 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여행을 규정하는 범위는 확대된다. 도심을 걷는 것이 여행이 되기도 하고, 고궁을 순회하거나 인사동을 둘러 보는 것에도 여행이라는 이름을 붙인다. 더 나아가서는 책을 읽는 것도 하나의 여행이라고 하지. ㅋ 자전거를 본격적으로 타기 시작한 이후로 여행이란 게 더 광범위해진 느낌이다. 게다가 브롬톤을 만난 이후로는 더더욱! 지하철이나 버스 연계가 가능해서 아주 멀지 않다면 당일치기로 다녀오는 게 문제가 아니게 된 것. 자전거를 타고 놀다 피곤하면 대중교통과 연계할 수 있으니 '곧 죽어도 자전거를 타고 왕복해야 한다'는 부담도 상당히 줄었다...
눈의 호사 <2011 서울 바이크 쇼> 지난 겨울, 킨텍스에서 2010 경기도 세계 자전거 박람회 구경을 했는데- 뭣에 홀린 듯이 코엑스에 또 다녀왔다. 의무감 같은 것도 없지 않았지만 호기심이 발동해서 말이다. ^^ 이번 박람회 규모는 조금 더 커진 듯했다. 하지만, 공간이 넉넉한 킨텍스 보다 부대 시설이나 행사는 축소된 형태로 진행됐다고 할 수 있겠다. 무엇보다 킨텐스는 시승 행사가 근접성이 좋고, 나름 버라이어티 했는데 말이다. 지난 박람회 때 신제품 개발이 미처 이뤄지지 않은 자전거를 한 자리에서 볼 수 있다는 건 매력적인 일이었다. 단점은, 반 정도 돌고 나면 체력이 좀 소진되어 자전거는 다 그게 그거 처럼 보인다는 것. ㅋ 이번에는 의류와 부품, 공구에 시선이 자꾸 꽂혔다. 그렇다면, 이제부터 사진을 통해 현장 분위기를 전해 보겠다..
『이것은 왜 청춘이 아니란 말인가』 삽질 가능한 세상을 바란다 우리는 ‘삽질했다’는 표현을 곧잘 쓴다. 아무 이익도 보람도 없는 일을 했을 때 우스개 소리로 넘겨버리는 표현 방식이다. 농담거리로 치부되어야 마땅한 ‘삽질’은 말 그대로 참, 하찮아진다. 아무리 열정을 다했다고 해도 쓸모가 없으니 항변하기도 마땅찮다. 그렇다면, 우리는 당장 삽질을 멈추어야 하는 것일까? 이 책은 연세대 원주 캠퍼스와 덕성여대에서 에 관한 강의를 하며 만난 학생들과의 이야기를 쓴 책이다. 엄밀히 말하면, 사회가 20대를 오해하고 있음을, 보수와 진보를 떠나 기성세대가 말하는 20대는 가짜라는 것을 증명해 보인다고 할 수 있겠다. 20대가 혁명에 냉소적이라고? 20대, 특히 대학생은 가장 혁명적일 것 같았다. ‘젊음’ 그 자체로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다고 어른들은 막연히 생각하기 때문이다..
『88만원 세대』 스크루지의 기적을 바라며 소문난 구두쇠인 스크루지는 ‘돈’ 이외의 것과는 담을 쌓고 산다. 가난한 이들에게 돈을 빌려주고 높은 이자를 받으며 폭리를 취해 돈을 버는 스크루지는 악명 높은 고리대금 업자이다. 그리고 하나 있는 직원 크래칫을 쩨쩨한 주급에 일을 부려먹는 인색한 고용주이다. ‘돈’에 미친 스크루지에게 크리스마스 따위는 시시하기만 하다. 크리스마스라고 떠들썩하게 구는 사람들 때문에 짜증만 난다. 하지만, 오랜 친구 말리의 유령과 자신의 과거, 현재, 미래를 보여주는 유령을 만나면서 그는 새사람이 된다. 크래칫의 주급을 올려주고, 가난한 사람들의 빚을 탕감하여 그들이 빚 갚는 일 말고 새로운 인생을 시작할 수 있도록 돕게 되는 것이다. 우리 현실에서는 왜, 이런 달콤한 꿈이 실현되지 않는 걸까? 고용주가 양심적으로 월급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