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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인 조르바』는 최근에 화제가 됐었죠? 김정운 교수가 이 책을 읽고 갑자기 대학에 사표를 냈고, 하던 방송을 모두 접었으며, 돌연 일본으로 떠난 것 때문이었는데요. 아무래도 잊었던 '자유'에 대한 욕망의 표출이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그렇습니다. 『그리스인 조르바』는 자유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꽤나 많이, 반복적으로 나오는 단어이죠. 하지만, 추상적으로 해석하면 그만큼 위험해지는 책이 아닐까 싶습니다. 왜냐하면, 자유에 대한 정의 자체가 지금의 우리와 다를 수 있기 때문이죠. 우리가 생각하는 자유는 무엇입니까? 하고 싶은 거 하고 살면 자유일까요? 속박되지 않으면 자유일까요? 가진 게 없으면 자유일까요? 자유에 대한 생각부터 곰곰히 해 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조르바가 자유를 성취하는 방식은 꽤 독특한 것처럼 보입니다. 가장 인상적인 것은 버찌로부터의 자유인데요. 소싯적에 버찌가 참 좋았던 모양입니다. 돈이 생기면 생기는대로 버찌를 사먹던 조르바는 도통 만족감이 느껴지지 않습니다. 먹으면 먹을수록 더더더 먹고만 싶었던 거죠.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 아버지 지갑에서 은화 한 닢을 훔쳐 버찌 한 소쿠리를 삽니다. 그리고 토할 때까지 먹는 겁니다. 그렇게 버찌로부터 자유를 찾죠. 그렇게 정열의 지배를 끊어내는 겁니다. 고향이 몹시 그리웠던 때에도 같은 방식으로 욕망을 절단합니다.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목젖까지 퍼 넣고 토해 버리는 겁니다. 먹을 걸 마음껏 먹고, 가고 싶은 곳에 마음대로 갈 수 있는 게 자유라고 생각하는 일반 상식과 사뭇 달리 느껴지는 대목입니다.
내가 뭘 먹고 싶고 갖고 싶으면 어떻게 하는 줄 아십니까? 목구멍이 미어지도록 처넣어 다시는 그놈의 생각이 안 나도록 해버려요. 그러면 말만 들어도 구역질이 나는 겁니다. (302쪽)
다른 예도 있죠. 조국에 대한 생각이 그렇습니다. 사실, 전쟁에 참전한 병사들의 대부분은 민족주의에 젖게 마련입니다. 축구 하나만으로도 대동단결하게 되는데, 전쟁을 치렀다면 그 감정이 오죽할까요? 하지만, 조르바는 역시 달랐네요. 조르바 역시 참 잘 나가는 병사였던 모양입니다. 많은 사람을 죽였고, 전쟁을 진두지휘하기도 했으니까요. 하지만, 조국을 위해서랍시고 머리카락이 쭈뼛할 짓들을 태연하게 해냈던 자신을 발견하게 되는 겁니다. 사람의 멱을 따고, 마을에 불을 지르고, 강도 짓도 하고, 강간도 하고, 일가족을 몰살하기도 했는데, 나는 왜 그랬을까 생각하는 겁니다. 그건, 그들이 불가리아 놈, 아니면 터키 놈이기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알게 됩니다. 우리는 모두 한 형제간이라는 걸. 모두가 구더기 밥이라는 걸 말입니다. 그래서 조르바에게는 터키 놈, 불가리아 놈, 그리스 놈이 아니라 그냥 사람이 되는 겁니다.
요새 와서는 이 사람은 좋은 사람, 저 사람은 나쁜 놈, 이런 식입니다. 그리스 인이든, 불가리아 인이든, 터키 인이든 상관하지 않습니다. 좋은 사람이냐, 나쁜 놈이냐? 요새 내게 문제가 되는 것은 건 이것뿐입니다. 나이를 더 먹으면 이것도 상관하지 않을 겁니다. 좋은 사람이든 나쁜 놈이든 나는 그것들이 불쌍해요. 모두가 한가집니다. 태연해야지 하고 생각해도 사람만 보면 가슴이 뭉클해요. 오, 여기 또 하나 불쌍한 것이 있구나, 나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누군지는 모르지만 이자 역시 먹고 마시고 사랑하고 두려워한다. 이자 속에서도 하느님과 악마가 있고, 때가 되면 뻗어 땅 밑에 널빤지처럼 꼿꼿하게 눕고, 구더기 밥이 된다. (349쪽)
자유란 무엇일까요? 어쩌면, 욕망(집착)하는 마음을 끊어내고 다시 맞닥뜨리더라도 그것에 흔들리지 않을 정도가 되야 가능한 게 아닌가 싶습니다. 하지만, 조르바처럼 되기는 참 쉽지 않아 보입니다. 조르바는 '되기'에 선수죠. 조르바 사전에는 흉내내기란 없습니다. 그의 앞에 육반이 있으면 그 마음이 육반이 되게 합니다. 갈탕광이 앞에 있으면 그 마음은 갈탕광이 됩니다. 어정쩡하게 굴다간 아무것도 되지 않으니까요. 그의 파트너, 두목(카잔차키스)은 그를 만나고 어떻게 변했을까요? 여자랑 책 중에 하나를 선택하라고 한다면 책을 선택하겠다던 두목이었는데요. (뜨악! ㅋ) 두목의 행보 또한 무척 인상적이었습니다. 두목은 끝내 책을 버릴 수 없었습니다. 해서, 버찌를 끊어냈던 조르바의 방식을 취하기로 작정합니다. 토할 때까지 책을 읽겠다는 거죠. 나름 반전이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그 이후, 니코스 카잔차키스는 책과 어떤 관계를 맺었는지 궁금하네요. 어쨌든 약력으로만 보면, 번역만 하던 카잔차키스는 처음으로 『그리스인 조르바』를 써냈구요. 이후 명성을 얻게 되었습니다. 자신의 글을 쓰기 시작한 것이 눈에 띠는데요. 다른 책을 읽어보지 못한 저로써는 이 정도로밖에 추측할 수 없다는 게 아쉽네요. --;;
인상적인 부분에 대한 표식입니다. 참, 많죠~잉! ㅋ 한번 읽고나면 스토리 정도는 금새 파악이 됩니다. 별 스토리가 없기 때문이기도 해요. 조르바의 말과 행동이 참 중요한 책이니까요. 그 이후에는 아무 페이지나 읽어도 좋더라구요. 뭐, 어디를 펴도 금을 캔 기분이라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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