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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상 자전거 타기 좋은 계절에는 자전거를 맘껏 타지 못해, 올해 겨울에는 오키나와에 다녀왔습니다. 지금 오키나와는 한국의 가을 느낌을 준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자전거 여행에는 더없이 좋은 날씨인 거죠! 물론, 변수는 있습니다. 바로 비에요. 겨울 자전거 여행 때마다, 예외없이 내리곤 했던 비느님~ 올해도.... 역시 비와 함께였습니다. (이젠 뭐, 웃음만 나온다는. ^^;)

 

 

비바람이 몰아치는 오키나와.. 이번엔 아예 우비를 준비해서 갔습니다. ^^;

 

오키나와에서는 매년 1월에는 ‘오키나와 센추리 런’이, 11월에는 ‘뜨루 드 오키나와’가 열립니다. 온난한 기후와 아름다운 풍경은 자전거를 타는 사람에게는 거부할 수 없는 매력처럼 느껴지죠~ 그래서인지, 대회를 찾는 사람이 꽤 많고, 재신청률도 높은 편이라고 합니다. 저 역시, 이런 마음으로 오키나와 여행을 계획했습니다. 한국의 제주도, 아시아의 하와이라 불리는 오키나와가 처음에는 휴양지처럼 다가왔던 것입니다. 그랬었는데… 오키나와를 다녀오고 나서야, 오키나와가 궁금해지기 시작했습니다. 

 

 

풍경은 참,, 넋을 잃게 할 정도입니다. 

 

첫 날, 공항에 내려 숙소까지 약 20km를 달렸습니다. 자전거를 타고 워밍업하기 좋은 거리죠~ 처음 가는 곳이라 어색하고 불안하기도 했지만, 무리없이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참 이상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따뜻한 것 같으면서도 조심스러운 분위기가 오키나와를 채우고 있달까. ‘이 느낌 뭐지?’ 여행 내내 궁금했던 것 같습니다.

 

오키나와 옛 이름은 류큐입니다. 여러 개의 부족 국가였다가 1429년에 통일된 왕국, 류큐왕국이 되었어요. 일본과 중국에 조공을 바치며 반독립국 정도의 지위를 갖고 있었으나, 1879년 일본에 정벌당해, 일본령 오키나와가 되었습니다. 오키나와의 근대 역사는 참혹합니다. 일본 태평양 전쟁 때, 미군이 오키나와 동쪽의 게라마에 상륙하면서 전투가 시작되었고, 만 14세부터 70세에 이르는 남녀노소가 모두 전쟁에 강제 동원되었습니다. 전쟁이 끝나고 일본은 미국에게 제안합니다. 오키나와가 일본 땅인 것을 인정하면 25~50년 동안 오키나와를 지배해도 좋다고. 그렇게 오키나와는 미국의 군사기지가 되었습니다. 1970년에 이르러 태평양 섬나라에 독립열풍이 불게 되는데, 오키나와도 그 바람을 탑니다. 해서 류큐독립당을 만들어 공화국을 세울 만반의 준비를 했지요. 하지만, 미국은 오키나와를 본토에 반환합니다. 1972년, 오키나와와 일본 본토를 연결하는 국제선은 국내선으로 바뀌고, 오른쪽 통행했던 것을 좌측통행으로 바뀝니다. 일본의 속국이 되었다가, 총알받이로 사용된 다음, 미국에 팔아넘겨졌다가, 다시 일본으로 넘겨진 섬, 그것이 바로 오키나와입니다. (이 나열된 역사 속에 숨겨진 이야기들을 다 풀어놓기는 쉽지 않습니다)

 

아메리칸 빌리지입니다. 관광객들의 필수코스로 알려져 있기도. (국제거리에 이어 쇼핑의 메카이기도 합니다)

 

여행 내내 58번 국도를 타고 달렸습니다. (중간에 관광지 들른다고 옆길로 새기는 했지만 기본은 그랬습니다) 남쪽에서 북쪽으로 올라가다보면, 미군기지가 끝도 없이 펼쳐져있습니다. 조그만 땅덩어리에 이렇게 큰 미군기지라니… 게다가 이젠 본토 일본에 반환된 된 땅이 아니던가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반환 이후 오키나와의 미군기지화는 더욱 공고해졌다고 합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오키나와 사람들 중에는 아직도 전쟁 후유증을 앓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고 합니다. 미군기지가 버젓이 존재하고 있고, 훈련이 계속되고 있으니 말입니다. 특히 편대비행을 끊임없이 수행한다고 하는데, 이 소리를 계속해서 듣게 되면 전쟁 상황을 연상하기 쉽지 않을까요? 이러니 시간이 지나 기억이 퇴색되는 것이 아니라, 더 부풀려지고, 되풀이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오키나와 사람들은 대부분 우산을 쓰지 않습니다. 가장 놀랐던 풍경이기도 했습니다. 우기에 해당하는 오키나와의 겨울비에 우비와 우산을 준비해 갔던 게 머쓱해졌습니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이것은 마치 시대적 풍경처럼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오키나와 사람들은 간단히 설명할 수 없는 사건들을 겪어낸, 아니 겪어내고 있는 사람들입니다. 그 과정에서 크게 분노하지 않았고, 엄살을 부리지 않습니다. 다만 겪어낼 뿐이었죠. 그들에게 비는 그런 사건들처럼 보였습니다. 비가 올 때에는 비를 맞는 수밖에 없다고 말하는 것 같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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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진지했네요. 그렇다고 해서 여행을 우울하게 했던 것은 아니었는데 말입니다. ^^ 다녀와서 관련 자료와 책들을 접하고 나서 증상이;; 곧 짧은 여행기를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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