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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관련 서적이라면 가리지 않고 탐독중이다. 만화는 고작 겁쟁이 페달 하나밖에 못 봤지만- ^^; 그래도 단행본은 꽤 봤으니 슬슬 만화로 옮겨타볼까 생각중이다. 변덕을 부려야 일상적인 것도 새롭게 다가온다. ^^

명작이라 꼽히는 <내 마음속의 자전거>는 구해도 구해도 잡히지 않는 책이었다. 스캔본을 구할 수 있다는 말을 듣기는 했는데, 끌리지 않았다. 분량이라도 짧으면 컴퓨터에 코 좀 박아보겠는데, 13권이나 되는 내용을 보다가는 머리만 아플 듯해서-
그런데, 구했다. 네이버 브롬톤 카페에 누군가 판매 정보를 올려놓은 것! 재빨리 북코아라는 사이트에 들러 마지막 남은 <내 마음 속의 자전거>를 구입했다. 야홋! 

 


자전거 수리공 자극하는 토우게 가족

토우게 코이치, 토우게 와카바, 토우게 아오바 그리고 할아버지 토우게 소사쿠까지! 이들은 딸 이름을 따서 지은 아오바 자전거포를 운영하고 있는 가족 구성원이다. 자전거에 푹 빠진 그들을 보고 있노라면 나까지 뿌듯해진다는- 자전거라는 기계에 마음이 있다고 뻥을 치지 않으면서, 마음을 연결하는 도구는 될 수 있다고 하는 것도 마음에 들었다. 이 세상 모든 자전거에 해박하며, 필요에 맞게 창조하는 기술까지 가진 그들이 부럽고, 욕심났다. 세상의 자전거 수리공들이 멘토 삼을만한 사람들이니 말이다. 자전거포를 운영하는 사람이라면 토우게 가족을 보고 충분히 자극받았을 거다. ^^

만화로 보니 더 쉬운 자전거 관련 상식

코이치와 아오바가 주로 자전거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하는 역할을 맡았다. 그들의 이야기와 그림을 통해 깨달음을 얻은 게 많다. 무엇보다 실사와 비슷하게 표현해내는 만화가의 실력이란- 감탄 연발! 구구절절 긴 설명 없이도 그림으로 보니 뇌에 착착 감기는 듯했다. 자전거에 대해 알고 싶다? 흡인력 있는 스토리에 빠져 자전거 상식도 쑥쑥 자라날 것이다. 

 


남녀노소 가리지 않는 자전거 애정
어릴 때 심심풀이로 타는 어린이 자전거, 나이 들어 편하려고 타는 일명 쌀집 자전거, 장보기 위한 아줌마 자전거, 동호회에서 타는 아저씨들의 MTB 전용 자전거! 이처럼 연령과 성별에 따라 자전거의 종류를 한정시키지 않는 발상도 좋았다. 그리고, 이 만화에는 일상에 스며든 갖가지 의미를 담은 자전거가 등장한다. 사랑, 꿈, 건강, 만남, 여행, 이별, 승부, 열정, 경쟁 등 많은 의미를 담은 자전거를 볼 수 있다. 어린 아이부터 노인에 이르기까지 자전거에 담아내는 이야기를 보고 있노라면, 왠지 잘 살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든달까! ㅋ 
 
만화로 만나는 자전거 종류

만화책에 등장하는 자전거만 해도 몇 대일까. 1권에 10개 정도가 나오니까 130개에 이른다고 봐도 무방하겠다. 유명하다고 하는 자전거는 대거 출현하는 셈이다. 일본에서 자체 제작하는 자전거까지! 와우- 심심할 때마다 펴들고 자꾸 읽다보면 적어도 130여 개의 자전거를 외울 수 있겠다.  ^^

 


후기로 읽는 작가의 진정성
매 권이 끝날 때마다 작가는 창작에 도움이 된 에피소드와 사람에 대해 후기를 남겼다. 작가의 느낌이 담긴 후기를 읽다보면 진정성 같은 것이 느껴진다. 이 사람, 정말 자전거를 사랑하는구나. 자전거를 사랑하지 않고, 이런 만화를 그릴 수 없다고 생각한다. 후기마저 감동을 주는 만화책이라니- 

후기 중에 인상적인 구절을 조금만 옮겨본다.
어떤 사람이 이러더군요. ‘자전거 따윈 슈퍼에서 파는 만 엔 짜리로도 충분하다. 비싼 걸 사봤자 도둑맞을 게 뻔하고 조심조심 타는 것도 싫으니까.’ 결국, 거리엔 멋대가리 없는 자전거들이 범람하고 단지 팡크만 나도 버려지는 가엾은 시체가 산더미처럼 방치됩니다. 전 아오바를 통해 그런 의식을 조금이라도 바꿔나가고 싶어요. (12권 후기 중에서)

실제로 수제 공방 같은 곳이 전국 각지에 존재하고 있습니다. 이 이야기를 그리면서 와타나베 쇼지 제작소의 와타나베 씨를 찾아 뵀습니다. 와나타베 씨는 틀림없는 일본 핸드 메이드 빌더의 최고봉 중 한 분이더군요. 그 공작 센스, 정밀도, 강도, 모든 것이 핸드 메이드만의 압도적인 완성도를 자랑하며 많은 팬들의 지지를 받고 계셨습니다. (11권 후기 중에서)

이번에 선보인 ‘도그 바이시클’은 대형 메이커가 아니라 토쿠시마에 있는 ‘사코’란 작은 자전거포에서 기획, 제작한 것입니다. 직접 아이디어 스케치를 하고, 이상과 현실을 내다보며 고투한 끝에 도그 바이시클을 상품화한 것입니다. (13권 후기 중에서)

후기를 통해 만화책에 등장하는 자전거포며, 보지 못했던 자전거들이 실제 존재한다는 것을 알고 깜짝 놀랐다. 일본에 가게 된다면, 작은 자전거포며 공방에 들러 이야기도 나누고, 수제 자전거도 구경하고 싶다. 

 


현재 번역본 13권까지만 국내에서 출판된 상태. 그나마도 절판된 상태이다. 인기가 없나? 그.럴.리.가. 하는 생각이 들지만, 나만의 생각일 수도- 서울문화사에서 절판되었으니, 다른 출판사가 재계약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바람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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