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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보기에 화려한 로드레이스의 속사정을 ‘이야기’를 통해 풀어낸 ‘새크리파이스’. 로드레이스는 다른 경기에 비해 조건이 까다롭지 않아 비교적 늦은 나이에도 시작할 수 있지만, 혼자 하는 스포츠는 아니다. 다른 경기에 비해 협력이 중시되는데 즉, 에이스와 어시스트로 나뉘어 역할 분담이 확실해지는 것. 모두 일등을 바라보며 경기를 치르지만, 일등의 영예를 얻는 것은 한 사람, 바로 에이스이다.

다른 사람들은 말그대로 일등을 만들기 위한 보조 역할을 하게 된다. 공기 저항을 막기 위해 앞서 달려주고, 다른 팀의 에이스가 앞서 나갈 경우 그에게 따라붙어 독주를 막기도 한다. 간혹 에이스의 자전거에 문제라도 생기면 어시스트는 자전거를 양보해야 할 때도 있다. 기꺼이 그래야 한다.



주인공 시라이시 지카우는 육상 선수였다. 꽤 주목받는 선수였지만 맹목적인 승부를 내는 것에 의미를 찾지 못하고 로드레이스 계에 입문한 것. 그야말로 박수칠 때 떠난 것! ^^ 승부에 집착하지 않는 성품을 가진 그는 팀 내에서 모나지 않게 연대를 지켜가며 어시스트에 열중했다. 그러던 그가 우연찮게 출장하게 된 ‘투르 드 자퐁’에서 종합 1위의 기록을 세우게 되면서 스페인의 칸톤스 킨틴의 영입과 팀 에이스의 죽음과 동료와의 신경전 등이 복합적으로 엮이면서 펼쳐지는 이야기이다. 소설 말미에서 결론을 위해 사용된 빠른 반전을 싫다는 사람들도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앞에서 로드레이스에 대해 충분히 다루고, 뒤에서 극적 전개를 다룬 게 나쁘지 않았다.

이 소설의 장점은 로드레이스라는 스포츠 종목을 모른다 해도, 읽는 데 전혀 어려움이 없다는 것이다. 스포츠 용어를 일일이 각주로 설명하지 않았지만, 소설 속에서 경기 규칙과 로드레이스 관련 상식들을 녹여냈다. 

새크리파이스는 보통 스포츠 관련 소설과 사뭇 다른 전개를 보인다. 뻔하지 않다는 이야기! 꼴찌가 갑자기 두각을 드러내며 일등을 하지 않고, 숨겨져있던 천부적 재능을 발견하는 데 초점을 맞추지 않으며, 주인공이 오직 승부에만 집착하지도 않는다. 스페인의 칸톤스 킨틴에 스카웃되었지만 그곳에서도 여전히 에이스가 아닌 어시스트로 활약하며, 때때로 자유롭게 승부를 가리는 작은 반란을 꿈꿀 뿐이다. 일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이라는 우스개 소리가 있지만, 대부분은 일등 혹은 최고가 되는 이야기를 쓰는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일까. 자전거 자체에 열중하는 시라이시 지카우의 모습이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희생물’이란 뜻을 가진 제목 ‘새크리파이스’는 이 소설을 가장 효과적으로 함축하고 있는 듯하다. 로드레이스에서는 한 명의 에이스를 위해 수많은 어시스트들이 희생하며 따라붙고, 우승의 영광을 에이스에게 돌린다. 하지만, 그들은 희생하고 있는 걸까. 한편으로는 그런 생각도 들었다. 에이스가 될 만큼의 역량이 되지 못하는 경우의 수도 있고, 우승과 상관없이 달리는 게 마냥 좋은 경우의 수도 있고, 에이스가 되기 위해 준비운동을 하는 경우도 있고 말이다. 인생의 무게와 가치를 어디에 두는냐에 따라 그것은 ‘희생’이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즐기는 것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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