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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에서 현재를 배운다 - 고미숙『두 개의 별 두 개의 지도』 날씨 덕에 책읽기가 참 수월한 한 달이었습니다. (덕분이라고 해야 할지는 모르겠지만요^^;;) 여러분은 어떤 방식으로 책을 읽으세요? 저 같은 경우는 약 두 가지 정도로 꼽을 수 있습니다. 하나는 '꼬리에 꼬리를 무는 책읽기'을 좋아합니다. 그러니까, 한 권의 책을 통해 궁금증이 폭발하면서 다음, 그 다음 책으로 계속 옮겨가는 경우를 말하지요. 이렇게 되면, 어쨌든 그 분야에 대한 깊이는 한층 깊어지겠죠. 양보다는 질을 추구하자! 뭐 이런 작정을 하는 건 아니구요. 다만, 푹 빠져들었다는 증거 되겠죠. ^^ ; 그렇다고 해서 아주 박식해지지는 않더라구요. 하,하하. 두번째로는 접근하기 어려운 책(이를테면, 고전이라 일컬어지는 뭐 그런)을 쉽게 혹은 흥미롭게 재구성한 책을 좋아합니다. 이런 기획을 가진 책.. 2013. 7. 26.
세상의 모든 실용서를 고발한다? 『전습록, 앎은 삶이다』 제목이 좀 자극적인가? (하하;) 전습록이 직접 그렇게 말했다는 건 아니고, 읽으면서 든 생각이다. 어쩌면 지금의 우리에게 필요한 말인 것 같기도 하다. 사실, 실용서 출판 시장은 점점 확대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책에서 진리를 구하기 보다 돈 버는 법, 연애 잘 하는 법, 승진하는 법, 인간관계 맺는 법 등을 배우기에 바쁘다. 고전을 통해 옛사람들의 말에 빠져들 시간 따위는 없다. 먹고 살기 바쁘니까. 하지만, 과연 그럴까? 그래도 될까? 답을 하자면, 실용서는 우리에게 대안이 될 수 없다. 왜냐하면, 모든 이에게 똑같이 좋은 삶이란 없기 때문이다. 똑같은 사랑의 기술을 배워 적용했다고 하자. 과연 그 결과가 같을까? 그럴 수 없다. 사람도, 상황도 모두 다르기 때문이다. 전습록에서는 말한다. '우리.. 2013. 5. 3.
속쓰리고 답답할 땐! 고미숙표『몸과 인문학』 스마트폰이 처음 출시되었을 때, 나는 반감부터 들었다. 출시된지 얼마 되지 않아 여기저기서 스마트폰을 가지고 다니는 걸 보면서 두려움을 느끼기도;; 위협받는 기분이랄까? 생각과 기억 같은 걸 기계에 위탁하는 기분이었다. 하여튼, 그랬다. 또 이런 것도 있다. 나 역시 아름다운 외모를 가진 사람들을 보면 호감을 느낀다. 하지만, 극한 다이어트나 성형에 목숨을 거는 사람들을 보면 겁이 난다. 어제 TV에서 KBS파노라마 이라는 프로그램을 시청하게 됐다. 제목이 "내 몸이 싫어요"다. '더' 마르고 싶고, '더' 큰 가슴을 갖고 싶고, '더' 예쁜 얼굴을 갖고 싶은 욕망은 비단 한국의 일만도 아니었다. 예쁘고 날씬한 연예인과 자신을 비교하며 욕망은 점점 부풀려진다. 하지만 이런 현상을 보며 남의 일이라 치부할.. 2013. 4. 12.
패턴대로 살지 않기 - 은희경『태연한 인생』 은희경 작가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정작 읽은 책이 별로 없다. 『새의 선물』과 『타인에게 말 걸기』 말고는. (이조차 가물가물;;) 언젠가부터 여성 소설가들이 들려주는 이야기가 재미없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리하여, 그 유명한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도 같은 심보로 외면하고 있는 중이었다. 은희경 작가의 『태연한 인생』을 읽게 된 것은 아이폰의 팟캐스트 때문이다. 사실, 나는 팟캐스트에 푹 빠져있다. 처음에는 으로 시작했다가 지금은 을 번갈아가며 듣고 있다. 책 자체에 차분하게 몰입하고 싶을 때는 '책간'을, 낄낄대며 책을 둘러싼 이야기에 빠지고 싶을 때는 '빨책'을 듣고 있다. 길을 오가며, 자전거 정비를 하며, 요리를 하며, 잠들기를 기다리며 듣는 방송이 얼마나 대단하겠어? 생각할 .. 2013. 2. 17.
돌아온『나의 삼촌 브루스 리』 천명관 소설가의 ‘고래’를 읽고, 소설이 이래야 한다는 것은 없다고 생각했다. 소설이라면 모름지기 어떠어떠해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이(혹은 책이) 얼마나 많은가. 캐릭터가 살아있어야 하고, 매력적인 플롯을 가져야 하며, 올바른 문장 쓰기가 있다고 하는 등. 하지만, 천명관의 소설은 달랐다. 나는 소설의 법칙을 단숨에 붕괴시킨 ‘고래’의 저력에 반하고 말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설가에게 소설에 대한 이해는 기본이라고 생각한다. 치기 어린 젊은 시절이었다면 ‘그게 무에 중요해?’라며 자유분방 글쓰기에 환호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그런 류의 들뜬 감각은 내 몸을 통과해 사라진 지 오래다. 천명관 씨가 소설의 문법을 이해하지 못했다면, 절대 ‘고래’와 같은 작품을 낳지 못했을 것이다. 그런 믿음과 신뢰로 나는 .. 2013. 1. 23.
소설이 이래야 한다는 건 없다, 천명관『고래』 나는 머리가 무거울 때 소설을 읽는다. 소설이 비단 가벼워서가 아니라, 소설을 읽으면 그 징글징글한 무거움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어서다. 스토리란 게 힘이 꽤 세서 지금의 나를 잊게 만들기도 하니까! 다만, 모든 소설이 그런 건 아니다. 해서, 그런 소설을 만나게 되면 나는 어쩔 줄을 모르겠다. 좋아서! 『고래』는 그런 반가운 소설이다. 『고래』에 대한 명성은 익히 들어 알고 있었다. 2000년대 최고의 장편 소설이 뭐냐 물으면 ‘물으나 마나 고래지’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고. 그의 필력에 넋이 나간 사람도 있고, 『고래』 이후로 천명관빠가 되어 그의 지난(혹은 이후의) 소설을 찾아 읽는 사람도 있고, 최고의 소설가로 천명관을 꼽는 사람도 있게 됐다. 뭐, 사실 나도 다르지 않다. 한국소설의 전형적인 패턴에.. 2012. 8.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