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사회1 피로는 피로로 푼다 - 한병철『피로사회』 예를 들어 보자. 한 남자가 가발공장에서 일하고 있다. 쉬지 않고 돌아가는 기계의 패턴에 맞추려면 자유의지에 의한 그 어떤 행동도 할 수 없다. 가령, 오줌보가 터질 것 같아도 꾹 참고 앉아 손발을 빠르게 놀려야 하는 것. 정해진 시간에만 밥을 먹을 수 있고, 화장실에 갈 수 있다. 커피 한 잔, 담배 한 모금의 여유는 사치일 뿐이다. 지각이나 결근 따위는 용납되지 않는다. 복장 불량, 언행 불손 혹은 반항심 등의 이유로 해고를 당해도 ‘불합리’라는 단어조차 꺼낼 수 없다. 가발공장이라는 세계는 금지, 강제, 규율에 의해 움직인다. 또 다른 남자는 보험회사 영업직 사원으로 일하고 있다. 이 사람은 눈에 보이지 않는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하지만 딱히 어려운 일은 아니다. 사고와 병, 그로 인한 슬픔, 불.. 2012. 8. 2.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