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이 처음 출시되었을 때, 나는 반감부터 들었다. 출시된지 얼마 되지 않아 여기저기서 스마트폰을 가지고 다니는 걸 보면서 두려움을 느끼기도;; 위협받는 기분이랄까? 생각과 기억 같은 걸 기계에 위탁하는 기분이었다. 하여튼, 그랬다. 또 이런 것도 있다. 나 역시 아름다운 외모를 가진 사람들을 보면 호감을 느낀다. 하지만, 극한 다이어트나 성형에 목숨을 거는 사람들을 보면 겁이 난다. 어제 TV에서 KBS파노라마 <당신의 몸>이라는 프로그램을 시청하게 됐다. 제목이 "내 몸이 싫어요"다. '더' 마르고 싶고, '더' 큰 가슴을 갖고 싶고, '더' 예쁜 얼굴을 갖고 싶은 욕망은 비단 한국의 일만도 아니었다. 예쁘고 날씬한 연예인과 자신을 비교하며 욕망은 점점 부풀려진다. 하지만 이런 현상을 보며 남의 일이라 치부할 입장도 못된다. 나는 지금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있고, 스마트폰이 없으면 일상에 지장이 생길 것 같은 기분을 느낀다. 또, 살이 좀 쪘다 싶으면 다이어트를 한다. TV에서 복근을 뽐내는 아이돌을 보며 긴장을 하기도 한다.(^^;) 사는 게 다 그런 거 아냐?라고 하기에는 뭔가 찜찜하다. 이럴 때 읽으면 좋은 책이 있어 소개한다. 바로 고미숙 선생님의 <몸과 인문학>이다.
맛보기로 몇 가지만 소개해 보련다. 먼저, 위에 언급했던 성형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성형은 아름다움에 대한 원초적 발로가 아니다. 이 욕망에는 명백하게 척도와 목표가 있다. 작은 얼굴, 8등신에 S라인, 식스팩은 기본이고 허벅지는 일자로 쭉 뻗어야 한다. 쉽게 말하면 쇼윈도의 마네킹이 기준이다. 모두가 이 몸을 향해 달려간다. 연예인도, 보통사람도, 중년여성도, 어린아이도. 그러다보니 점점 비슷해진다. 단일한 척도하에 모든 것을 포획하는 것, 이것은 자본주의가 탄생 초기부터 구사한 전략이다. 자본주의는 사물과 사람들의 울퉁불퉁한 측면들을 제거하면서 출발했다. 성형 또한 그 연속이자 정점이다. (중략) 성형은 다양성과 이질성을 제거해 버리는 작업니다. 그래서 폭력적 동일성이다. 이 세계에선 오직 위계와 서열만이 작동한다. "거울아, 거울아 누가 세상에서 제일 이쁘니?"라고 외쳤던 백성공주의 계모가 그러했듯이. (p. 20)
또 다른 예로는 노년에 대한 이야기다. 인간에게 생로병사는 필연적 과정이다. 자연의 흐름처럼 자연스러워야 하지만, 우리는 '늙음'에 대해 자동반사를 외치곤 한다. 노인이 된다는 것은 끔찍한 일, 무서운 일, 죽음과 가까워지는 것으로만 여기는 거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
사회적으로도 마찬가지다. 자본은 오직 청춘의 생산력만을 중시한다. 따라서 노년은 그저 복지와 부양의 대상으로만 치부되고 있다. 그 지혜와 연륜을 순환시키는 문제에 대해서는 아무런 관심이 없다. 대중문화는 한술 더 떠 성형과 연애를 부추기면서 노인들에게 젊음을 흉내내도록 유도한다. 양생적 차원에서 보자면, 병증도 이런 병증이 없다. (중략) 프랑스의 현대철학자 질 들뢰즈는 말했다. 노년기의 젊음이란 청춘으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자기 세대에 맞는 청춘을 매번 새롭게 창조하는 것이라고. 지혜를 일구는 것보다 더 창조적인 활동은 없다. (p. 126)
왠지 감동적이다. 어릴 때 습관적으로 "난 늙는 게 싫어. 60살까지만 살다 죽고 싶어"라는 철없는 대사를 뇌곤 했었는데;; 나이가 들고, 주름살이 늘어나고, 흰머리가 삐죽삐죽 올라오는 것이 문제가 아니었다. 어떤 청년의 삶을 사는지, 어떤 중년의 모습을 만들어내는지, 더 나아가 어떻게 죽음을 받아들일 것인지가 관건인 거였다. 이 외에도 교육, 여성, 가족, 사랑, 경제 등등 다양한 장르의 소재가 인문학과 조우했다. 궁금하면... 만삼천원이다. ㅋ
이 책은 이럴 때 보면 좋을 것 같다. 세상 돌아가는 걸 보며 '이상한데 뭐가 이상하지 설명하기 힘들어' 할 때! 뭔가 잘못된 현상을 판단하기 힘들 때! 그럴 때 지침이 되어준다. 물론, 자신의 생각과 다를 수 있다. 그럴 땐 '다를 수 있다'고 이해하면 된다. 어떻게 사람이 모두 똑같은 가치관을 가지고 살아가겠는가. 하지만 분명한 것은 속이 시원해진다는 거다. 속 쓰리고 답답할 땐, 고미숙 선생님의 『몸과 인문학』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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